광고사진을 찍으면서 이렇게 기합을 넣고 셔터를 누르던 분이 계셨다. 광고디자이너가 원하는 대로 제품 사진을 찍어주면 그만이지만 항상 자신이 촬영하는 상품이 잘 팔리길 기도하는 마음으로 힘차게 기를 불어넣었다는 원로 사진가 김한용 선생님이다. 지난주 93세로 세상을 떠난 그분의 빈소를 다녀오며 “내가 사진을 찍은 제품이 잘 팔리고 내게 일을 준 사람이 부자가 되면 얼마나 보람 있는 일이겠어요”라고 하시던 생전의 말씀이 떠올랐다. 단순히 일과 돈을 주고받는 거래가 아니라 그 너머까지 생각한 진정한 프로였다.
그분은 청년 시절에 일이 없어 풀 죽어 집에 들어가는 날일수록 골목 밖까지 마중 나와 있던 어머니에게 일부러 더 큰 소리로 “어머니∼”라고 부르며 달려갔다고 했다. 행여 어머니가 아들의 곤궁함을 눈치채실까 봐 더 씩씩하게 행동했다는 그분은 6·25전쟁 직후 남루했던 시대를 살면서 일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귀하고 행복한가를 체험했다고 말했다. 그 후 자신의 혼을 불어넣어서라도 고객이 잘되길 바랐던 투철한 직업정신은 지금까지 광고사진계의 전설로 남아 있다.
말 그대로 그녀는 주어지지 않은 것을 원망하지 않고 나머지는 자기 힘으로 했다. 어린 나이에 미용기술을 익힌 다음 30여 년 동안 혼자 힘으로 자신이 갖지 못한 것들을 하나하나 성취해왔다. 일을 하면서 뒤늦게 학교도 다녔고 착실하게 돈을 모아서 가게를 열었다. 지금은 자신처럼 부모덕을 보지 못하는 어린이 세 명을 후원하고 있다고 했다.
시대를 잘못 타고 나왔다고, 부모를 잘못 만났다고 좌절하기보다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일부터 최선을 다하는 긍정적인 사람은 자신의 운명을 바꾼다. 그런 마음으로 오늘 우리도 자문해보자. 나는 세상에 태어나서 참 좋은가?
윤세영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