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충만 세이브더칠드런 국내옹호팀장
아동 참여 활동을 통해 만난 여중생이 내게 들려준 이야기다. 학생의 아버지는 서울에 따로 살면서 일을 하고, 어머니는 마트에서 일한다고 했다.
대한민국 부모들은 너무 바쁘다. 주 3일 이상 야근을 하는 사람이 43%나 된다는 매킨지 연구 보고서가 올 3월에 나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에서는 연간 노동시간이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로 길었고, 평균보다는 무려 354시간이나 더 길었다. 지난해 12월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10시간이 넘었고, 통근시간도 1시간 23분에 달했다.
대한민국 부모들은 자녀와 보내는 시간이 너무 적다. 지난해 발표된 OECD 삶의 질 보고서에서 대한민국 아빠들이 자녀와 함께 보내는 시간은 하루에 단 6분이고, 이 중 자녀와 함께 노는 시간은 3분에도 못 미쳤다. 엄마 시간을 합쳐도 총 48분에 불과했다. 호주 아빠는 혼자서 하루에 72분을 자녀와 함께 보낸다고 하고, OECD 평균 부모 시간은 총 150분이라고 한다.
일을 해도 먹고살기 힘든 근로 빈곤층 가정의 부모 부재는 더 심각하다. 이들 부모는 월급이 워낙 적다 보니 비싼 집값, 높은 물가, 사교육비 부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노동시간을 더 늘리거나 ‘투잡’을 해야 하는 현실에 내몰린다. 2013년 한국고용정보원의 연구에서도 근로빈곤층의 경우 시간 빈곤도 함께 겪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즉, 생존을 위해 가족과의 화목한 시간은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문제는 길어진 부모의 부재시간에 아이는 학원에 가거나 누군가가 봐줘야 하는데 그 비용 또한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그 결과 아이 혼자 방치되는 방임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억울하다. 사랑하는 아이를 위해 밤낮으로 열심히 일하는데 왜 일하면 일할수록 아이에게 미안해지는 걸까?
피곤한 부모들에게 미국 인권운동가인 제시 잭슨은 “자녀에게는 선물보다 당신이 더 필요하다”고 말한다. 특별한 것이 아니다. 그저 자녀와 눈을 마주치고, 의미 없어 보이는 놀이에 파트너가 되어주고, 책을 읽어주거나 대화를 하고, 따뜻하게 대해주는 것만으로도 자녀의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제충만 세이브더칠드런 국내옹호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