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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인사이드]신공항發 정계개편 태풍 예보

입력 | 2016-06-02 03:00:00

TK의 밀양이냐 PK의 가덕도냐… 6월말 발표 앞두고 초긴장




새누리당의 전통적 지지 기반인 TK(대구경북)-PK(부산경남)가 ‘6월 빅뱅’에 휘말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현안은 영남권 신공항 예정지 발표다. 이르면 이달 말 국토교통부가 사전타당성 검토 연구용역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전해지자 벌써부터 가덕도(부산 지지)-밀양(대구 경북 경남 지지) 신공항 유치를 둘러싸고 지역 정가에선 치열한 물밑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국가의 백년대계를 결정할 사업에 정치권이 개입해 지역 이기주의를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1일 부산지역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 조경태 김세연 의원과 가덕도 신공항 유치를 요구하는 지역주민들과 면담했다. 정 원내대표는 “지역 간 이해관계가 큰 현안이라 매우 조심스럽다”며 말을 아꼈다.

면담 직후 부산시당위원장 직무대행인 김세연 의원은 “지역 이기주의 형태로 갈등이 나타나는 것은 자제하겠지만 공정성, 객관성이 보장되지 않는 게 확실히 드러나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접근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부산지역 의원들은 8일 부산시와 당정 협의를 열고 가덕도 신공항 유치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4·13총선에서 부산 의원 5명을 배출한 더불어민주당도 적극적으로 유치전에 나서고 있다. 이미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총선 이후 부산에서 가덕도 유치를 약속했고, 부산지역 의원 5명은 ‘가덕신공항 유치 비상대책본부’를 발족시키기로 했다.

신공항 문제가 단순히 지역 이슈에 그치지 않고 ‘정계 개편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는 서병수 부산시장의 거취 문제 때문이기도 하다. 2014년 지방선거 당시 서 시장은 “가덕도 신공항 유치에 실패하면 사퇴하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총선 참패로 부산 민심이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 서 시장이 사퇴하는 상황이 벌어지면 야당에 부산시장직을 내줄 수도 있다”며 “부산발 정계 개편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앞서 무상급식 주민투표로 서울시장직을 사퇴한 오세훈 전 시장이 불러일으킨 ‘박원순-안철수 나비 효과’가 부산에서 재연될 수 있다는 얘기다.

공개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부산지역 의원들과 달리 밀양 신공항 유치를 희망하는 대구 경북 울산 경남 의원들은 아직 집단행동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TK의 한 친박(친박근혜)계 핵심 의원은 “경제활성화를 이끌 수 있는 최적지에 신공항이 들어서야 한다”며 “정치적 파장이 있더라도 정부 결정을 수용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당내 중진 의원들은 신공항 문제로 ‘부산 vs 대구 경북 울산 경남’ 의원들 간의 대결 구도가 형성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강하다. 부산 최다선인 김무성 전 대표도 재임 시절 “정치권은 일절 신공항 문제에 개입해선 안 된다”고 공언해왔다. 김 전 대표는 최근에도 일절 신공항 문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당내 한 중진 의원은 “신공항 문제는 지역 이기주의 대신 국익을 우선시해야 하는 사업”이라고 지적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