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민영화뒤 감시 줄어들자… 납품 리베이트 등 쌈짓돈 챙기기
임원부터 노조위원장까지 가담… ‘박근혜 캠프’ 사진사 출신도 뒷돈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2부(부장 김석우)는 지난해 8월 시작한 KT&G의 비리 수사를 통해 민영진 전 사장(58·배임수재 등), 백복인 현 사장(50·배임수재 등)을 포함한 KT&G 임직원 7명을 기소했다고 1일 밝혔다. 검찰은 또 KT&G 협력업체 및 납품업체 임직원 17명, 광고업체 임직원 7명, 광고주 6명 등 35명을 재판에 넘겼다.
검찰 수사 결과 KT&G는 2002년 민영화 이후 공공기관 평가, 감사원 감사 등의 감시에서 벗어나면서 각종 비리에 노출됐다. 일부 임직원은 국내 시장에서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는 회사의 힘을 이용해 부정을 저질렀다.
다른 임직원들은 사장보다 더 대담했다. 이모 전 부사장(60)과 구모 신탄진공장 생산실장(46)은 “납품단가를 유리하게 해달라”는 담뱃갑 인쇄 협력업체의 부탁을 들어주고 2007년부터 2013년까지 총 6억4500만 원을 챙겼다. 2003∼2015년 KT&G의 노조위원장을 맡아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했던 전모 씨(57)는 노사 협의에서 명예퇴직제 도입 등 경영진의 요구를 돕는 대가로 민 전 사장으로부터 4540만 원짜리 파텍필립 시계를 받아 ‘사장 위 노조위원장’이라는 세간의 뒷말을 들었다.
검찰은 광고업체들에도 메스를 들이댔다. 광고업체들은 KT&G 광고를 수주해 얻은 이익의 일부를 임직원들에게 리베이트로 제공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광고업계 비리로 번진 수사로 등산복 업체 ‘밀레’의 상무, 대부업체인 리드코프의 서홍민 부회장, 우리카드 이모 홍보실장 등도 재판에 넘겨졌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사진사였던 박모 씨는 KT&G 고위층에 영향력을 행사해 광고 수주가 가능한 것처럼 가장한 뒤 뒷돈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