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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好통/손택균]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건축, 無冠이 실패는 아니다

입력 | 2016-06-02 03:00:00


손택균 기자

지난달 28일 개막한 제15회 이탈리아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에서 한국은 수상에 실패했다. 시상식 겸 개막식이 열릴 즈음 한국관 분위기는 살짝 침체된 듯했다. 바로 전 회인 2년 전에 한국관이 황금사자상을 받아 이번엔 심사위원단 평가가 그리 후하지 않으리란 짐작이 있었지만, 26일 국가관 사전 개막 후 현장 반응이 좋아 은근히 기대가 커졌기 때문이다.

수상을 못했으니 실패한 전시일까. 한국관에서 만난 세계 여러 나라 건축가들의 견해는 그렇지 않았다. ‘용적률 게임’을 주제로 내건 한국관은 기계적 규제와 건축주의 요구 사이 틈바구니에서 나름의 창작 영역을 지키려 애쓰는 건축가의 고민을 고찰했다. 중국에서 주로 활동하는 독일 건축가 클라우스 란스마이르 씨는 “건축을 컨트롤하는 건축 밖 요소에 주목한 점이 흥미롭다”며 “비효율적 관습과 건축주의 욕망을 모두 만족시키기 위해 실제로 사용할 수 없거나 괴상한 형태가 될지라도 어떻게든 최대한 넓은 면적을 뽑아내야 하는 한국 건축가들의 고충이 읽혔다”고 말했다.

프랑스 파리에서 건축을 공부하고 올해 초 미국 뉴욕에서 설계 실무를 시작한 아이다 주아위 씨(모로코)는 “예술 작품인 척 예쁘게 꾸미지 않고 데이터 위주로 깔끔하게 설치해 유용한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었다. 건물 외피(外皮)를 건드릴 수 없는 파리의 건축가도 한국 건축가와 형태는 다르지만 비슷한 고민을 한다”고 했다. 헝가리 건축가 바르가 노에미 씨는 “규제로 인해 건축의 자율성을 구속받는 상황이 헝가리뿐 아닌 다른 나라에도 존재한다는 걸 확인했다”고 말했다.

비엔날레의 중요한 취지 중 하나가 ‘상이한 현실에 대한 소통과 이해’임을 감안하면 이번 한국관 전시는 성공적이었다. 반면 2년 전 한국관의 소재였던 비무장지대(DMZ)를 다시 내세워 본전시에 참여한 최재은 작가는 아쉬움을 남겼다. 대나무밭을 만들어 공중정원을 꾸민다는 구상에 대해 “자연 생태계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적잖았다. 세계가 바라보는 한국 건축의 관심사가 더 이상 기와지붕이나 남북 분단만이 아님을, 이번 비엔날레의 두 한국 전시실은 대조적으로 확인시킨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