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촨인들의 단오절 풍속
쓰촨의 새로운 단오절 풍속으로 자리잡은 국제용선대회.
올해는 6월 9일이 단오절이다. 한 달여 전부터 각 지역의 정부 활동이건 민간의 가정집이건 모두 ‘단오절 모드’로 들어섰다. 쓰촨인들의 단오절이 과거와 현재, 쓰촨 성 안과 밖에서 어떻게 달라졌는지, 그리고 비슷한 점은 무엇인지 소개한다.
독특한 역사적 배경
문 입구에 내건 창포는 농민봉기와 연관
단오절 해질 무렵, 어머니와 아버지는 창포와 쑥을 솥에 넣어 삶은 물로 아이들을 씻기는데 이는 부스럼을 방지하고 모기에 물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이런 풍습은 한국과 비슷하다 할 수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단오절의 유래와 쓰촨인들이 생각하는 유래는 다른 부분이 있다.
탄지허 선생에 따르면 단오절의 가장 오래된 유래는 하(夏)나라에서 시작됐다. 하나라 때는 정월을 연초라고 보고, 음력 5월을 양력 5월이라고 봤기 때문에 음력 5월의 다섯째 날을 단오라고 하였다. 그는 “농경사회 사람들은 단오 때를 양기가 가장 왕성한 시기라 생각해서 좋은 것을 바라고 나쁜 것은 피해야 했으며, 무사안일을 바라고 풍성한 수확을 빌었다”고 설명했다.
춘추시대의 오자서(伍子胥)를 기념하기 위해서라는 견해도 있다. 물론 굴원이 강가에서 투신자살한 데서 비롯했다는 설이 더 많이 알려져 있고,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고 있는 견해이기도 하다.
단오의 유래가 ‘쓰촨인들을 도살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명말 농민봉기군 지도자 장헌충(張獻忠)과 관련돼 있다는 얘기도 있다. 민속학자 위안팅둥(袁廷棟) 선생의 설명은 다음과 같다.
장헌충이 그 이야기를 듣고 감동을 받아 “집으로 돌아가면 너와 같이 착한 마음씨를 가진 가난한 사람들에게 집 문에다 청포를 걸어두게 하라”고 했다. 그러면 이 사실을 전체 군대에 전달하여 창포가 걸려있는 집은 해를 입히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아낙은 집으로 돌아가 길에서 만난 이웃들에게 이 이야기를 전해줬다. 이후에 대군이 진격해 왔을 때 그 마을은 무사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 마을 사람들이 쓰촨 지역의 토착민이 될 수 있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온다. 그리고 이날이 때마침 5월 초닷새였기 때문에 살아남은 사람들은 잊을 수 없는 이날과 그 역사를 기념하기 위해서 매해 이날이 오면 집집마다 쑥과 창포를 걸어 놓는 풍습이 생겼다는 것이다.
쓰촨 주민들이 단오절에 쭝쯔를 빚고 있다.
고유한 미식 풍습
쭝쯔 빚고, 비름나물 먹어
민속학자 류샤오창(劉孝昌) 선생은 전통적인 단오절은 쓰촨인들의 미식과 인심이 녹아 있는 커다란 용광로와 같다고 했다. 단오절에 먹는 음식들에는 쓰촨인들의 따뜻한 마음과 인정이 반영되어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쭝쯔는 3가지 맛이 있다. 바이(白)쭝즈는 가장 보편적인 것으로 자신의 입맛에 따라 흑설탕이나 완두콩면을 첨가하거나 땅콩 잼 또는 꿀을 바르거나 장미꽃 절임을 넣어 먹을 수 있다.
쓰촨인들에게 단오절이면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명절 요리 세트가 있는데 바로 단오연(端午宴)이다. 일반적으로 점심식사 때 먹는데 샤오황산, 황과러우폔, 주황쏸탕은 빠지지 않고 들어간다.
쓰촨 지역에는 비름나물을 먹는 단오 풍습도 있다. 본초강목에 따르면 비름나물은 소장과 대장에 이롭다. 음력 5월 초닷새는 초여름으로 날씨가 더워지기 시작하여 세균이 생기기 쉽고, 모기가 나타난다. 옛사람들은 홍비름이 장을 막히지 않게 해주고, 몸 안의 독소를 배출해 주기 때문에 건강을 가져다주는 음식으로 생각했다.
각기 다른 명절 예절
처가에 들르고, 창포부채 돼지족 등 선물
춘제(春節·설)와 청명절은 선조에게 제사를 지내는 명절로 단오절과는 다르다. 단오절은 사람 간의 정이 오가는 명절이다. 친척을 찾는다든가, 스승을 뵙고 친구를 만난다. 쓰촨인들에게 단오절은 인간관계에 있어서 꼭 필요한 부분이다. 예를 들어 전통적인 예의로는 단오절에는 사위가 선물을 가지고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처가로 가 안부를 묻는데, 이를 ‘후이먼(回門)’이라고 한다.
하지만 쓰촨의 지역마다 풍습이 똑같은 건 아니다. 쓰촨 서부의 촨시(川西) 평원 사람들은 어르신께 창포부채를 선물한다. 창포부채는 종려나무를 가공해 만든 부채이다. 결혼한 딸이 친정에서 단오절을 보낼 때 사위가 장인어른과 장모님께 선물하는 것으로 공경의 마음을 표현한다. 청두 북쪽의 광한(廣漢) 지역 등에선 결혼한 딸이 단오절에 돼지족을 삶아 부모님께 드리는 것으로 공경하는 마음을 표현한다. 쓰촨 동북지역인 싼타이(三臺), 옌팅(鹽亭)은 농경지가 적어 일반적으로 쌀을 선물하지 않고, 장인장모에게 밀가루나 면 종류의 식품을 선물로 드린다.
다양한 민간 축제
새 전통으로 자리 잡은 국제용선대회
단오절은 2008년에 중국의 법정 공휴일로 지정돼 중국인들은 3일간의 휴가를 즐길 수 있게 됐다. 쓰촨 성 각 지역에서는 서로 다른 테마의 명절 이벤트가 펼쳐진다. 용선대회, 오리잡기 등은 민간에서 하는 가장 흥미로운 이벤트로 많은 지방 민속 문화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았다.
화시두스보가 최근 취재한 용선 만드는 장인은 청두 진탕(金堂) 현에 사는 중년의 펑자보(彭家柏) 씨이다. 펑 씨는 30여 년 전부터 배를 만들어 왔으며 제작한 용선은 청두(成都), 진탕, 룽취안(龍泉), 두쟝옌(都江堰) 등 지역에 분포되어 있다. 모두 100척이 넘고 국제대회에 선보인다고 한다.
펑 씨가 제작한 용선은 구조에서부터 재료 선정까지 매우 섬세하게 다뤄져 견고하고 내구성이 뛰어나 사용 기간이 7, 8년에 달한다. 쓰촨 성 용선 경기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용선은 모두 그의 손에서 만들어진 작품이다. 펑 씨는 자신감이 가득한 어조로 “여기 있는 배들은 모두 제가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쓰촨 성의 용선 대회가 국제화됨에 따라 전통적인 방식으로 수작업을 통해 만들어지는 그의 배는 시장에서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 국제용선협회의 규정에 따르면 경기용 배는 반드시 강철유리로 만들어야 하며, 노는 일반적으로 플라스틱 소재로 제작해야 해서다.
공업화돼 생산된 강철유리 용선은 훨씬 가볍고, 속도도 훨씬 빠르다. 중량을 정확히 통제할 수 있어서 선수들이 성적을 올리기에 유리하다. 보관도 편해 창고에 가져다 두기만 하면 된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만들어진 나무 용선은 시합이 끝난 후에는 반드시 모래에 묻어 선체가 변형되거나 갈라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 이 때문에 많은 팀들이 새로운 용선을 사용하고 있다.
화시두스보 기자 리둥양(李東陽) 사진 장레이(張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