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시장 규모 2018년 15조원 전망 모바일 혈액진단기… 거북목 방지기… 걸음걸이 교정기…
스마트 의료와 헬스케어 기술들이 ‘손안의 병원’을 가능케 하고 있다. 맨위쪽부터 모바일 혈액 검진기기 ‘엘리마크’와 거북목 교정기기 ‘알렉스’, 의사들이 제공하는 성형외과 상담 애플리케이션 ‘강남언니’의 모습. 각 업체 제공
이는 국내 헬스케어 스타트업 BBB가 개발한 세계 최초의 스마트 모바일 혈액진단기기 ‘엘리마크’다. 엘리마크는 지난해 미국 최대 정보기술(IT) 스타트업 콘퍼런스인 ‘테크크런치 디스럽트’에서 참석자의 큰 관심을 받았다. 당뇨나 심장병 환자가 병원 혈액검사에 들였던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자신의 검진 데이터를 손안에서 확인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최근 혁신적 아이디어로 무장한 의료 관련 스타트업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아예 가운을 벗고 스타트업 경영자로 변신한 의사도 눈에 띈다.
엘리마크는 지난해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병원용 의료기기 인증을 받아 녹십자를 통해 일부 병원에 시험 공급되고 있다. 지난해 국내에서만 15억 원의 매출을 올렸고 하반기 중 전국 병원으로 확대 판매될 예정이다. 올해 말까지 개인용 의료기기 인증이 완료되면 개별 환자들도 살 수 있게 된다. 최재규 BBB 대표는 “스마트 헬스케어는 의료 서비스의 개인화”라며 “환자들이 병원에서 피만 뽑고 1, 2주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서 벗어나고 자신의 의료 상태를 데이터로 축적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 의료 시장이 떠오르면서 신기술로 무장한 스타트업들이 의료·헬스케어 혁신의 첨병이 됐다. 기존의 전자·통신 대기업들도 발걸음을 서두르고 있다. 최근 조명 사업부를 분사하고 전자 헬스케어에 초점을 두기 시작한 필립스나 사물인터넷(IoT) ‘헬스테인먼트’ 상품 출시에 나선 KT 등이 그 사례다.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선릉로 디캠프에서는 필립스의 후원으로 ‘의료·헬스케어의 파괴와 태동’ 간담회가 열렸다. BBB를 비롯한 디지털 의료·헬스케어 스타트업 10여 곳이 참여했다. 스타트업 나무가 개발한 거북목을 막아주는 웨어러블 기기 ‘알렉스’는 글로벌 크라우드펀딩에 성공해 전 세계 1200명의 소비자에게 1차 배송됐다. 걸음걸이 교정 웨어러블로 유명한 ‘직토’나 재활 환자의 손 운동을 위한 스마트 글러브 개발사 ‘네오펙트’ 등도 소개됐다.
○ 의사들도 가운 벗고 창업 전선에
‘의사 창업 1세대’로 불리는 정희두 서울대병원 외과 전공의 출신 헬스웨이브 대표는 환자들에게 애니메이션으로 질병의 개념과 수술 방법 등을 이해시키는 서비스를 만들었다. 복잡한 수술 방법을 일일이 설명하고 선택하게 하는 대신 의사는 헬스웨이브가 제공하는 애니메이션 중 해당하는 것을 환자의 스마트폰으로 보내준다. 전국 150여 개 성형외과의 스마트폰 상담 플랫폼인 ‘강남언니’ 또한 홍승일 대표를 비롯해 연세대 의학전문대학원 출신 의사 3명이 소속된 스타트업 힐링페이퍼의 서비스다.
김광현 디캠프 센터장은 “규제가 상대적으로 강한 헬스케어 분야에서도 국내에선 이미 혁신 움직임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며 “모바일과 빅데이터 기술 등을 기존 의료 시스템에 접목한 성공 사례가 많이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