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c001·abc002 같은 아이디 수만개
단속 후 ‘팬맺기’ 아이디 절반 증발
브로커 순위조작 음원 사재기 의혹
작년 9월 국내 최대 음악사이트 멜론에서 특정 패턴의 유사 아이디가 무더기로 발견되면서 음원 사재기 의혹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정 가수와 ‘팬맺기’를 한 회원 중 abc001, abc002, abc003…, abc055(예시)처럼 일련번호를 연상케 하는 아이디가 수만개 단위로 발견된 것이다. 그만큼 특정 음악에 대한 집중소비를 가능케 해 인위적으로 순위를 끌어올리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의혹을 샀다.
이에 멜론은 ‘유령 아이디’를 단속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로부터 8개월이 흐른 지금은 어떨까. 스포츠동아 취재 결과, 유령 아이디가 한 가수당 많게는 40만개가 사라진 것으로 확인됐다.
● 아이돌 그룹, 40만개 ‘증발’
이에 따르면 그룹 A는 사재기 의혹이 불거진 작년 9월 ‘팬맺기’에 등록된 아이디가 66만4000여개였지만 2일 현재(이하 동일기준) 27만8294개다. 약 38만6000개가 유령 아이디로 추정된 셈이다. 다양한 세대의 인기를 얻는 또 다른 남성그룹 B도 64만4000여개에서 현재는 약 41만1000개가 줄어든 23만3596개다. 이들 외에도 음반을 내면 10∼30만장 판매하는 다른 아이돌 그룹들도 지난 8개월 사이 10만개 안팎의 아이디가 줄어들어 현재 7만∼15만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아이유처럼 25만3000개서 28만7819개로 아이디가 늘어난 경우도 발견됐다.
● 회원정보 변경 요구·모니터링으로 유령 아이디 솎아내
멜론은 주민등록번호 입력 없이도 이름과 이메일 등 연락처를 기재하면 아이디를 얻을 수 있어, 한 사람이 얼마든지 허위 정보를 입력해 다수의 아이디를 확보할 수 있다. 이에 멜론은 우선 회원정보 변경을 요구하는 안내문을 홈페이지에 게시, 실제 사용 가능한 연락처 등 정확한 정보로 변경하지 않을 경우 이용약관에 따라 서비스 이용을 해지하거나 제한하며 중지시킬 수 있다고 알렸다. 실제 수상한 아이디를 일일이 모니터링해 연락처 등 정보를 허위로 작성하거나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아이디에 대해서는 강제 해지 등 조치를 취했다.
멜론 측은 2일 “아이디가 특정 패턴이란 이유만으로는 해지시킬 수 없는 일”이라며 “사전에 안내문을 게시했고, 이후 엄격한 내부 기준과 절차, 약관 등에 따라 실제 이용되지 않고 있는 아이디를 솎아냈다”고 말했다.
● 왜곡된 음악시장의 불편한 증거
특정 패턴의 유사 아이디를 두고 팬들의 ‘총공’일 것이란 추측이 나온 것도 사실이다. ‘총공(격)’은 가수의 팬들이 음원 발표 직후 특정 시간에 조직적으로 음원을 다운로드 및 스트리밍 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브로커들이 대량으로 아이디를 개설, 순위 조작에 개입했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유령 아이디가 팬들의 충성심인지, 브로커의 비즈니스인지는 최종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한 가수별로 아이디가 40만개씩 줄어들었다는 것은 그만큼 음원시장이 왜곡돼 있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