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은 현역 시절 림프암을 이겨낸 뒤 감독으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그는 ‘반드시 나을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음을 통해 암을 극복했다. 스포츠동아DB
■ 암을 이겨낸 사나이들
현역시절 림프암 극복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
당시 김호철 감독님은 되레 훈련 더 안 빼줘
내 안의 의지를 보신 듯…도움 많이 됐다
완치 후 상대 입장서 헤아리는 마음 생겨
프로배구 현대캐피탈 최태웅(40) 감독은 2010년 림프암 판정을 받았다. 국가대표 세터 출신 최 감독은 삼성화재에서 현대캐피탈로 이적하자마자 삶의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역경에서 좌절했다면 지금의 최 감독은 없었을 것이다. 어떻게 인간은 최악의 조건에서 최선의 의지를 찾을 수 있을까.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예선전 참관을 위해 일본에 체류 중인 최 감독과 2일 국제전화를 통해 진행된 인터뷰를 최대한 육성을 살려서 싣는다.
● 최고의 백신은 불굴의 무한긍정
암 선고를 받은 뒤 하루도 안 빠지고 훈련을 다했다. (폐를 끼치기 싫어) 팀원들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그래서 처음엔 감독님, 코치님과 일부 스태프들만 알았다. 처음 두 달은 가족에게도 얘기하지 않았다. 너무 걱정할 것 같아서. ‘좋아질 테니 걱정마라’는 병원의 말을 믿었다. 괜찮아진 다음에 얘기해야지 했는데 내가 너무 피곤해하니까 집사람도 이상하게 여겼다. 몸에도 이상이 생기고 그러다보니까 더 이상은 감출 수 없겠더라.(웃음)
●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얻은 깨우침
‘왜 나한테 하필 이런 일이’, 이런 억울한 생각이 왜 없었겠나? 가장 먼저 아이들하고 집사람이 나 없이 어떻게 살지 걱정됐다. 그러나 ‘상황은 닥친 것이고 이미 일어난 일은 돌이킬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제일 중요한 것은 마음가짐이더라. ‘반드시 나을 수 있다’는 긍정의 믿음, 그리고 ‘암도 별거 아니다’라는 마음가짐. ‘원래 세상은 공평하지 않다’고 상황을 받아들였다. ‘지금 잃는 게 있으면 나중에 얻는 게 있을 것’이란 생각을 많이 했다.
아프다는 핑계로 배구 곁을 떠나지 않아서 완치될 수 있었던 것 같다. 당시 김호철 감독님이 병을 알고 계셨는데 오히려 훈련을 더 안 빼주시더라. 나에게서 하려는 어떤 의지를 보셨던 것 같다. 훈련할 때는 아픔을 잊어버리게 된다. 몸도 움직이니까 스트레스도 풀어지더라. 아파도 참고 훈련한 것이 도움이 많이 됐다.
지금은 완치 판정이 났지만 암은 죽을 때까지 관리해야 되는 병이다. 암에 걸린 후 술, 담배는 다 안 하게 됐다. 그런데 감독이 되니까 조금씩 술을 마시게 되더라. (웃음) 암과 싸우는 과정에서 ‘(아무리 혹독한 현실이라도) 받아들여서 (거기서부터 발을 딛고) 모색하면 길은 보인다’고 깨달았다. 또 암이 나은 뒤, 세상을 보는 시선의 폭이 넓어졌음을 느낀다. (아프기 전까지 잘 몰랐던) 내가 아닌 상대의 입장에서 헤아리려는 너그러움이 내 안에 생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