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저성장 장기화]작년 메르스사태 이후 최저수준
무엇보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가계는 지갑을 닫고 기업은 투자를 꺼리고 있어 저성장이 고착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앞으로 부실기업 구조조정의 충격으로 성장률이 더 떨어질 수 있어 선제적인 경기 부양책이 필요하다는 주문도 나온다.
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보다 0.5% 증가했다. 메르스 여파로 경기가 악화된 지난해 2분기(0.4%) 이후 최저치다. 분기별 성장률은 지난해 3분기(1.2%)에 반짝 반등한 것을 제외하면 2014년 2분기부터 내내 0%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부문별로 보면 작년 3, 4분기 연속 1%대 성장세를 보였던 민간소비가 0.2% 감소했다. 메르스 충격이 컸던 작년 2분기(―0.1%)보다 감소 폭이 컸다. 정부가 개별소비세 인하 연장 등의 소비 진작책을 다시 내놨지만 겹겹이 쌓인 대내외 악재로 ‘소비절벽’ 우려가 다시 나오고 있다.
기업 성장의 원천인 설비투자 또한 7.4% 급감하며 2년 만에 마이너스를 보였다. 2012년 2분기(―8.5%) 이후 3년 9개월 만에 가장 저조한 성적표다. 불확실한 경제 상황에 투자를 주저하는 기업이 그만큼 많아진 것이다.
이에 따라 1분기 국내총투자율은 27.4%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2분기(26.7%) 이후 6년 9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반면 총저축률은 36.2%로 1년 만에 최고치로 뛰었다. 이처럼 돈을 쓰지 않고 쌓아두는 가계와 기업이 갈수록 늘면서 한국 경제의 ‘장롱 경제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도 경기 회복의 신호를 좀처럼 찾기 어렵다는 데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수출은 글로벌 경기침체로 개선되기 어렵고, 내수도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소비, 투자 여건이 악화되면서 살아나기 힘들 것”이라며 “2분기 이후 성장률은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국민의 실제 구매력을 나타내는 실질 국민총소득(GNI) 증가율은 작년 4분기 0%에서 올 1분기 3.4%로 껑충 뛰었다. 국제유가 하락 등으로 교역 조건이 개선된 영향이 컸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