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끝> 생활체육 지도자
‘국민 건강 지킴이’ 생활체육 지도자들이 지난달 31일 서울 중랑구 서울시체육회 회의실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김원진(중랑구), 이효성(성동구), 최미혜(동대문구), 최성연 씨(노원구). 오른쪽은 만남을 주선한 서울시체육회의 임진수 씨.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 “누군가의 삶을 바꿀 때 최고의 보람”
최미혜 씨(46·동대문구생활체육회)는 어르신 전담 지도자다. 일반생활체육 지도자를 하다 2007년 추가 자격증을 땄다. 대상을 집중해 가르치고 싶어서였다.
김원진 씨(37·중랑구체육회·통합)는 일반생활체육 지도자 자격증을 갖고 있다. 현장에서 뛰다 지난해 팀장이 된 뒤에는 당연직으로 행정을 맡고 있다. 대부분의 지도자는 수업을 선호한다. 행정업무가 많고 번거롭기 때문이다.
“그래도 누군가는 해야 되니까요. 요즘 추세를 보면 유아 대상 사업이 크게 늘고 있어요. 어릴 때부터 운동 습관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는 점에서 좋은 일이죠. 현장에 다닐 때 방과후 프로그램으로 농구를 가르쳤는데 언젠가 그 아이들이 구 대표가 됐더라고요. 실력이 좋아진 것도 기뻤지만 먼저 알은체를 하며 인사를 하니 뿌듯했습니다.”
이효성 씨(34·성동구생활체육회)도 다른 지도자와 마찬가지로 전공(체육교육과)을 살리는 직업을 택했다. 대학 때까지 축구 선수로 활동했고, 2007년부터 지도자로 일하고 있다.
“유아들에게 수영을 가르쳐 본 경험이 많은데 이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딱 티가 납니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부터 배운 아이들은 발전 속도가 아주 빨라요. 의미와 보람이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하지만 이직률이 높은 편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끼리는 아주 단단한 공감대가 있죠. 서로 고생하는 거 너무 잘 아니까요.”
“막상 와 보니 출퇴근은 괜찮은데 주말이 없는 거예요. 동호인들의 행사가 대부분 그때 열리잖아요(웃음). 지금은 행정 업무도 병행하고 있어 개인 시간은 더 줄었어요. 그래도 지역 주민들의 여가와 건강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보람을 느껴요. 주위에 보면 ‘아직 어리니 다른 일을 찾아보라’는 분도 있는데 아직까지는 이 일이 정말 좋습니다.”
○ 업무 과중-열악한 처우… “사명감으로 버텨”
생활체육 지도자들은 장소를 달리하며 최소 하루 3곳에서 수업을 한다. 이런 기본 수업은 대한체육회와 시도체육회의 공식 프로그램이다. 각자 소속된 생활체육회에 따라 별도의 사업이 있다. 어느 구 체육회에 속해 있는가에 따라 차이가 크다. 한 지도자는 “해가 바뀔 때마다 사업이 하나 이상 더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지도자는 “만족도가 높은 수업을 하려면 새로운 프로그램도 마련하고 연구도 해야 하는데 일주일 내내 정해진 업무를 하다 보니 도저히 그럴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생활체육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일은 크게 늘고 있지만 배치되는 인력은 소폭 증가에 그친다. 2013년 2230명이었던 생활체육 지도자 수는 2014년 2480명으로 250명 늘었고 지난해 동결됐다가 올해 2600명으로 120명 늘었다.
과중한 업무에 비해 처우는 열악하다. 2013년 172만3000원이었던 기본급은 올해도 그대로다. 4년 동안 법정부담금 1만 원이 오른 게 임금 인상의 전부다. 장기 근무를 해도 임금은 그대로다. 세금을 포함해 이것저것 떼고 나면 손에 쥐는 돈은 한 달에 160만 원 안팎. 혼자라면 몰라도 가정을 꾸리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액수다. 그렇다고 고용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주말도 없이 일하고 쥐꼬리만 한 월급을 받으면서도 생활체육 지도자들이 국민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현장을 지키는 이유는 보람, 책임감, 사명감이었다. 네 명의 지도자는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그런 게 없었으면 지금 우리가 여기 있을 수가 없죠. 돈을 바라봤으면 일찌감치 그만뒀을 거예요. 그래도 이제는 현장의 목소리를 조금은 들어줬으면 좋겠습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공동기획: 동아일보 대한체육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