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데이비드 본드 유튜브 채널 캡처
아시아 각국을 돌며 현지 여성을 유혹해 성관계하는 동영상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진 미국인 남성 데이비드 본드가 “지난 2년 간 거짓말로 언론을 이용해 돈을 벌었다”고 주장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본드는 지난달 9일 아시아 뉴스 전문 온라인 매거진 ‘라이스 데일리(The rice daily)’를 통해 “성관계 동영상은 없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아시아 언론들에 따르면, 그는 아시아 국가들을 여행하며 현지 여성을 유혹해 성관계를 하는 동영상을 올린 나쁜 남자로 지목돼 맹비난을 받아왔다. ‘아시아 여성 헌팅 백인 男’으로 국내에서도 보도된 바 있다. ‘일본 스타벅스에서 침대까지’, ‘고프로로 한국 여성 보여주기’, ‘홍대에서 밤 생활 즐기기’ 등 자극적인 제목으로 유튜브 등 무료 웹사이트에 영상을 올린 뒤 수위 높은 영상을 보려면 유료 사이트로 이동을 유도하는 방식을 써왔다.
본드는 2014년 홍콩에서 찍은 동영상이 확산된 게 시작이었다고 말했다. 자신의 친구가 중국인 남성의 여자친구를 뺏는 듯한 내용의 영상인데, 게재 2개월 만에 350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하면서 홍콩에서 ‘파렴치한’으로 보도가 됐다는 것. 그는 실제로는 영상 속 중국인 남성이 여성의 남자친구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쏟아지는 관심과 비난이 두려웠던 그는 해명을 위해 홍콩 언론과 인터뷰를 했지만 그들은 자신의 섹스 라이프에만 관심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본드는 “내가 공들여 답한 내용이 아닌 선정적인 부분만 집중적으로 다뤘다”며 “사실을 전하려던 내 노력은 완전히 무시당했다”고 불쾌감을 토로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술에 취해 ‘홍콩에서 찍은 다른 동영상이 있다’는 내용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고, 한 시간 뒤 언론들이 자신의 거짓말을 대서특필했다고 말했다.
본드는 이를 이용해 돈벌이를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는 17달러(약 2만 원)를 지불하면 영상을 볼 수 있는 웹사이트를 만들었다. 그는 성관계 동영상이 아닌 베트남에서 오토바이를 타는 영상, 여자친구와 일본 사찰을 둘러보는 영상 등을 올린 뒤 ‘홍콩에서 찍은 동영상을 올린 웹사이트를 만들었다’고 언론에 말을 흘렸다.
본드는 자신의 웹사이트에 성관계 관련 영상이 전혀 없다며, 자신이 거짓말을 하거나 사기를 친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성관계 영상 유료로 보기’가 아니라 ‘여행 동영상 더 보기’라는 안내문이 있다는 것.
그러면서 그는 죄책감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본드는 “엄밀히 말하면 내 이름은 아시아 언론들에 의해 완벽하게 더렵혀졌다”며 아시아 언론들을 ‘쓰레기 같다’고 묘사하기도 했다.
그는 아시아 언론들을 ‘낚은’ 구체적인 예를 들며 한국의 사례도 언급했다. 그는 ‘한국인 여성을 유혹하는 가이드’라는 가짜 게시물과 함께 한국행 비행기 티켓을 포토샵으로 조작해 영상을 올렸고, 이 영상은 24시간 만에 조회수 3만 건을 기록했다.
한국 언론들이 ‘데이비드 본드를 조심하세요’라는 내용의 기사를 잔뜩 쏟아내자, 그는 유료 동영상 보기 비용을 17달러에서 197달러(약 23만 원)로 10배 이상 올렸다. 본드는 이를 통해 2년 치 월세를 벌었다며 “고맙다 한국”이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누리꾼들은 일부 언론의 보도 행태를 문제 삼으면서도 “이것 역시 돈 벌려고 사기 치는 것 아니냐”, “조작이라면 영상에 등장하는 수많은 아시아 여성들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해명해야 한다”, “어쨌든 여성들을 성적으로 비하한 건 사실 아닌가”라고 비난했다.
현재 태국에서 살고 있다는 본드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방콕의 밤 생활’ ‘섹시한 태국 여성’ 등의 제목으로 현지 여성 등과 찍은 동영상을 꾸준히 게재하고 있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