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컵 루 미국 재무장관은 어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유일호 경제부총리와의 양국 재무장관 회의에서 대북 제재의 긴밀한 공조 및 한국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와 관련된 협력에 합의했다. 9년여 만에 서울에서 열린 한미 재무장관 회의에서 루 장관은 최근 미국이 북한을 ‘주요 자금세탁 우려대상국’으로 지정한 조치와 관련해 한국의 협조를 요청했다. 유 부총리는 “미국의 대북 제재정책을 적극 지지하며 자금세탁 우려대상국 지정 조치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진짜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합의’ 뒤의 심상찮은 기류다. 루 장관은 “환율정책에서 한국이 일방적으로 개입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환율 문제를 꺼냈다. 유 부총리가 “환율은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결정되며 환율 급변동 등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시장안정 노력을 한다”고 답하자 “앞으로도 그렇게 해 달라”고 했다. 정제된 표현이지만 올 4월 중국 일본 대만과 함께 한국을 ‘관찰 대상국’에 포함한 미국의 불신감이 엿보인다. 앞서 루 장관은 마크 리퍼트 주한 미 대사와 함께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를 비공개로 만나 이례적으로 환율 문제에 대한 우려와 경고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대미 흑자는 2007년 85억 달러에서 작년 258억 달러로 급증했다. 당연히 무역수지 불균형 심화에 대한 미국 내 불만이 커지고 있다. 리퍼트 대사가 1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완전한 이행, 한국 내 사업환경 개선, TPP 참여를 위한 한국의 새로운 약속을 요구한 것은 미국 내 대선주자들의 잇단 언급을 비롯해 보호무역주의 움직임이 확산되는 연장선에 있다. 환율이든, 국내 관련법이든 미국이 통상 압력을 강화하는 빌미를 주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