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담집 생활 들여다보니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1년10개월째 전남 강진군 백련사의 토담집에서 부인 이윤영 여사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2014년 7·30 재·보궐선거에서 패배한 다음 날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8월 중순부터다.
손 전 대표가 사는 곳은 당초 ‘토굴’로 알려졌으나 ‘토담집’이라는 표현이 맞다. 40여 년 전 한 스님이 수행을 위해 지은 허름한 집이다. 백련사 경내에서 10분가량 올라가면 있다. 만덕산(408m) 중턱이다. 절 뒤편이라고 해서 쉽게 찾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정말로 외진 곳이다. 여성의 자궁을 닮았다는 강진만이 한눈에 들어온다. 손 전 대표는 “강진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가 이곳이 생명의 원천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전기와 물은 들어오지만 화장실은 푸세식이다. 손 전 대표는 한겨울에도 냉수로 세수를 한다. 장작을 때야 하는 부엌과 방 두 칸이 전부다. 방에는 책 수십 권과 컴퓨터, 프린터 등이 놓여있지만 TV와 인터넷은 없다.
토담집 방문 위에는 다산이 경기 남양주에 유배 중일 때 찾아온 제자와의 대화 내용을 쓴 현판이 걸려 있다. 손 전 대표는 “다산은 이미 7세 때 ‘소산폐대산 원근지부동(小山蔽大山 遠近地不同·작은 산이 큰 산을 가리는 것은 멀고 가까운 것이 같지 않기 때문이다)’이라는 철학적인 내용의 시를 지을 만큼 똑똑했다”고 소개했다.
아침과 저녁은 주로 고구마나 토란, 옥수수, 과일, 떡 등으로 식사를 하고 점심은 백련사에서 절밥을 먹는다. 가끔 가족이나 지인이 올 때만 강진 읍내로 나가 식사를 한다. 손 전 대표의 생활을 돕고 있는 윤명국 전 보좌관은 “강진과 인근의 호남 지지자들이 ‘힘내라’, ‘앞으로 정치 잘하시라’며 자기들이 직접 지은 콩과 쌀, 계란과 채소는 물론이고 생선까지 보내온다”며 “손 전 대표가 지지자들의 도움에 가슴이 뭉클해할 때가 많다”고 전했다. 그들의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칩거를 계속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강진=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