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사전을 삼키다/정철 지음/252쪽·1만3000원/사계절 ◇조선의 비행기, 다시 하늘을 날다/이봉섭 지음/216쪽·1만9500원/사이언스북스
‘사전 덕후’ 정철 씨―‘비행기 덕후’ 이봉섭 씨
《덕후(마니아)가 두각을 나타내는 세상이다. 이들의 호기심과 열정은 때로 세상을 바꾸는 동력이 된다. 덕후 중에서도 관심사를 직업으로 삼은, 이른바 ‘덕업일치’를 이룬 이들은 행복한 덕후로 꼽힌다. 카카오에서 웹사전을 만들고 있는 ‘사전 덕후’ 정철 씨(40)와 항공 설계 연구가이자 ‘비행기 덕후’인 이봉섭 씨(36)의 책이 최근 출간됐다. 이들의 인터뷰를 일인칭 시점으로 정리했다. 》
‘검색, 사전을 삼키다’ 정철 씨
사양길에 들어선 종이 사전과 CD롬 사전을 든 정철씨. 그는 “미래의 사전은 번역기에 포함되는 방식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그래서 나는 사전에 빠지고 말았다. 사전은 아름답다. 어휘 수집은 수집과 정리의 최후 단계이며, 사전은 적게는 10만 개, 많게는 30만∼50만 개의 어휘를 일관되게 몇 개의 기술을 통해 정리한 책 아닌가.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사전을 만드는 동안 종이 사전은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사전은 CD롬, 전자사전, 웹사전, 앱사전으로 옷을 바꿔 입으며 분투 중이다. 이렇듯 홀대받는 사전을 위해 책을 썼다. 독자들이 사전의 중요성을 알아주면 좋겠다. 웹 검색을 했을 때 불충분하다면 적극적으로 항의해주기 바란다. 그래야 사전은 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정말 좋은 사전을 갖고 싶다.
‘조선의 비행기, 다시 하늘을 날다’ 이봉섭 씨
2012년 ‘비거’ 모형의 비행 실험을 한 이봉섭 씨가 모형을 들고 찍은 사진. 이 씨는 정평구의 비거는 이 모형보다 10배 정도 클 것으로 추정했다. 사이언스북스 제공
여러 비행기 중에서도 지난 10여 년간 특히 관심을 쏟은 것은 ‘비거(飛車)’였다. 조선의 발명가인 정평구가 임진왜란 때 만들어 사용했다고 전해지는 비거는 라이트 형제의 그것보다 300년 이상 앞선다.
특히 날개를 재현하는 게 어려웠다. 슬럼프에 빠진 중에 전통 우리 배에 달린 돛이 비행기의 날개 구조와 똑같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전율했다. 2006년 비거 모형을 날리는 것에 성공했다. 이 책에는 비거의 존재 가능성에 대한 나의 추정과 재현 과정이 담겨 있다.
요즘 나의 관심은 친환경 비행기다. 비거를 연구하면서 옻칠이나 목재 같은 자연친화적인 재료에 대해 많이 배웠다. 후대에 남을 만한 비행기를 만들고 싶다. 비거의 색깔이 녹아든, 미래형 비행기를 세상에 내놓는 게 목표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