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와의 전쟁: 발빠른 선진국들] 대기오염 기업엔 손실액 5배 벌금… 도심진입 차량에 ‘스모그稅’ 부과
중국 시진핑(習近平) 정부는 지난해 8월 대기오염방지법을 15년 만에 전면 개정했다. 당시 베이징(北京) 정가에서 ‘대기오염 국가’라는 오명을 벗기 위한 것이 아니라 공산당 정권 유지를 위한 절박함 속에서 나온 것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강력했다.
오염배출총량제 적용 대상 지역을 전국으로 확대하고 청정에너지 사용 확대 등 다양한 대책이 제시됐지만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벌금의 상한 폐지 등 환경오염 유발자 처벌을 강화한 것이 핵심이었다.
대기오염 사고를 일으킨 기업에 대해서는 기존의 상한 50만 위안(약 9000만 원)을 폐지했다. 사고의 직접 책임자에게는 연간 수입의 50%까지 벌금을 매기도록 하고 직접 손실액의 3∼5배의 벌금을 물리도록 했다. 구체적인 처벌 행위와 종류를 90종으로 규정하고 위법 행위별 벌금액 상한도 기존 20만 위안에서 100만 위안으로 5배로 높였다.
대책은 서서히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해 12월 26일 베이징은 오전 5시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당 592μg을 넘은 뒤 하루 내내 줄곧 500 이상을 유지했다. 서우두(首都) 국제공항의 여객기 200여 편이 오염 때문에 운항을 취소했다. 하지만 올해 베이징의 대기 질은 눈에 띄게 좋아졌다.
지난달 31일 베이징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158로 낮아졌다. 100 이하로 내려가는 날도 적지 않다. 베이징에서 발행되는 신징(新京)보는 2월 24일 “춘제(春節·설날) 연휴(2월 7∼13일)의 베이징 대기 질은 지난 3년과 비교해 압도적으로 좋았다”는 특집기사를 낸 후 베이징 대기오염에 관한 기사를 싣지 않았다. 지난해 오염이 심할 때는 하루가 멀다 하고 대기오염 특집을 냈던 것과 비교된다.
중국 환경보호부는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국회 격) 보고에서 일정 규모 이상의 전국 338개 도시 중 21.6%인 73개 도시만이 대기오염 기준 이하였다고 밝혔다. 중국의 대기오염 개선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공산당 정권을 걸고 벌이는 대책이 성과를 거둘 것이라는 기대도 없지 않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