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된 시간은 삶을 곱씹어 보게 만든다. 지난해 82세로 세상을 떠난 신경과 전문의 올리버 색스가 생의 막바지에 남긴 에세이 4편을 담은 ‘고맙습니다’(원제 ‘Gratitude’·김명남 옮김·알마)는 자서전 ‘온 더 무브’를 64쪽으로 압축한 듯하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등 10여 권의 베스트셀러를 내고 신경 장애 환자를 몸과 마음을 다해 치료하며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았지만 모국어 외에 다른 언어를 할 줄 모르고 다른 문화를 폭넓게 경험하지 않은 점이 아쉽단다. 원소주기율표를 사랑한 그는 수수한 회색 금속 비스무트(83번 원소)를 특히 좋아했지만 83이라는 나이는 끝내 맞이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가 가장 강하게 느낀 감정은 고마움이었다. “이 아름다운 행성에서 지각 있는 존재이자 생각하는 동물로 살았다. 그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특권이자 모험이었다.” 읽을 때마다 매번 가슴이 묵직해지는 말이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