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의 구원/한병철 지음·이재영 옮김/130쪽·1만2000원/문학과지성사
미국의 현대 미술가 제프 쿤스의 작품들. 한병철 교수는 제프 쿤스로 대표되는 현대 예술에 대해 일체의 부정성이 제거된 채 매끄럽게 다듬어져 감상자에게 만족을 주는 대상으로 축소됐다고 비판한다. 동아일보DB
한 교수에 따르면 현대의 아름다움은 ‘매끄럽다’로 요약된다. 가령 미국의 설치미술가 제프 쿤스의 작품들이 그렇다. 한 교수는 “어떤 재앙도, 상처도, 깨어짐이나 갈라짐도, 심지어 봉합선도 없다”며 “쿤스 예술의 핵심은 매끄러운 표면과 이 표면의 직접적인 작용이며 그 외에 해석할 것도, 해독할 것도, 생각할 것도 없다”고 했다. 매끄러움의 미학을 좇는 스마트폰의 미끈한 터치스크린, 털 없는 말끔한 몸을 만드는 브라질리안 왁싱, 페이스북의 ‘좋아요’ 버튼 등 지금 이 시대를 상징하는 특징은 ‘매끄러운 긍정성’으로 집약된다는 것이다.
이 매끄러움이 진정 아름다운 것일까? 저자는 디지털 미(美)와 자연미를 대비한다. “자연미는 언제나 자기애적인 성질을 갖고 있는 단순한 만족을 주지 않는다. 오로지 고통만이 자연미에 접근할 수 있다. … 디지털 미는 자연미에 대립한다. 디지털 미에서는 타자의 부정성(否定性)이 완전히 제거되어 있다. 부정성 없는 만족, 다시 말해 내 마음에 든다라는 것이 디지털 미의 징표다.”
미에 대한 저자의 철학과 해석이 담겨 있지만 다른 철학 이론서들처럼 난해하진 않다. 문장도 비교적 간결하다. 철학 용어들이 등장하지만 철학서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도 낯설지 않게 읽을 만하다. 무엇보다 앞선 저서들과 같이 짧은 분량 속에 담은, 현대 물질문명을 통렬하게 비판하는 저자의 메시지가 선명하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