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나르는 버스/맷 데 라 페냐 지음/크리스티안 로빈슨 그림/김경미 옮김/40쪽·1만2000원·비룡소
예배를 마치고 교회를 나온 할머니의 발걸음이 향하는 곳은 집이 아닙니다. 마침 비가 쏟아지기 시작해요. 아이는 모든 것이 궁금합니다. 왜 이렇게 비가 많이 오냐, 왜 버스를 타느냐는 질문들을 계속 쏟아냅니다. 귀찮을 수도 있지만 할머니는 절대 서두르거나 무시하지 않고 대답합니다. 아이가 생각할 여지를 주면서 말입니다. 두 사람은 마켓스트리트를 지나다니는 버스에 올라탑니다. 버스 안에서도 질문은 계속됩니다. 역시 현명한 답이 이어져요. 버스는 종점에 다 왔어요. 두 사람이 내릴 곳도 여기입니다. 일요일마다 오는 곳이지만 아이는 여전히 그 동네가 낯선가 봅니다. 부서진 보도와 망가진 문, 낙서로 뒤덮인 유리창, 굳게 닫힌 가게들은 지저분하게만 보입니다. 아이가 물어요. “왜 여기는 이렇게 맨날 지저분해요?”
할머니는 건물 사이로 보이는 하늘과 날아가는 새들, 여느 동네와 다름없이 이 동네에도 뜨는 무지개를 가리킵니다. 어디에나 있는 아름다운 것들이 이곳에도 있다고 말해줍니다. 두 사람이 가는 곳은 무료급식소예요. 아이는 여전히 수많은 질문을 안고 할머니가 하시는 일을 돕습니다.
김혜진 어린이도서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