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0박 12일간의 아프리카·프랑스 순방을 마치고 어제 귀국했다. 김희옥 새누리당 혁신비대위원장은 “관행이며 도리”라며 공항으로 영접을 나갔으나 의례적인 인사밖에 나누지 못했다. 일각에선 한시적으로 당 혁신을 위해 투입된 외부 인사가 평상시 당 대표가 하는 일정과 의전을 수행하는 건 ‘오버’라는 비판도 나왔다.
대통령과 여당 대표는 국정을 함께 꾸려가야 할 공동운명체다. 김무성 전 대표 때는 “박 대통령과 제대로 만나 얘기 한번 못 했다”고 실토가 나올 만큼 당청관계가 껄끄러웠다. 여대야소(與大野小)에선 당청관계가 삐걱대도 국정이 굴러갈 수 있었다. 그러나 여소야대 20대 국회에선 대통령과 여당부터 협치(協治)하지 않으면 순조로운 국정 운영을 기대하기 어렵다.
더구나 지금은 박 대통령의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에다 국회의장단 선출 등 국회 원(院) 구성 협상 난항으로 정국이 꽉 막힌 상태다. 더불어민주당은 “협상이 어그러진 것은 여당이 청와대의 ‘오더’를 받고 갑자기 태도를 바꿨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20대 국회가 법정 시한인 7일 개원하지 못한다면 청와대도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박 대통령이 “내가 친박을 만든 적도, 간여한 적도 없다”면서 계파 문제를 외면하면 새누리당 혁신은 불가능하다. 대통령 주치의가 ‘휴식’을 권했다고 하나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만나 계파 청산을 비롯한 당 혁신에 소신껏 매진해 달라고 당부하기 바란다. 그래야 위원장에게 힘이 실린다. 국회 원 구성과 탈당 인사 복당 등 당내 문제에도 일체 불간섭을 약속하고 청와대도, 새누리당도 새 출발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