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먼 옛날부터 지금까지, 동양과 서양을 막론하고 100% 완전한 인생은 없다. 불완전한 것이 비로소 인생이라고 말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다 지나간다(지셴린·추수밭·2009년)
지셴린과의 첫 만남은 불순했다. 언론사 입사를 준비하던 시절 작문 시험에 응용할 문장 몇 개 건지려는 생각에 서점에서 그의 책을 집어 들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실제 시험장에서 글을 쓸 때 지셴린의 문장을 가져다 쓴 기억은 없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다시 책을 열어 보니 예전에 미처 느끼지 못했던 인생에 대한 혜안이 책 속에 담겨 있었다. 더군다나 저자는 원자바오(溫家寶) 전 총리를 비롯해 13억 중국인들이 정신적 스승으로 칭송한 인물이니 그 생각의 무게는 실로 대단했다.
이 책은 지셴린이 그동안 발표한 단편 산문 가운데 사람들에게 많은 여운을 남긴 글을 모은 에세이집으로 짧게는 2페이지, 길게는 5페이지 정도 되는 글들을 엮어 놓은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의 한국어 번역판이 나온 2009년 9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래서인지 에세이집 후반부를 장식하고 있는 ‘늙음’과 ‘죽음’에 대한 그의 얘기들이 더 실감나게 다가온다. 번역판에 수록된 마지막 단편 ‘새벽 네 시 반’에서 “난 결코 살기 위해 살지 않는다. 사는 것은 나의 목표가 아니라 수단이다”라고 말했다. 그가 아흔 다섯 생일에 쓴 글귀는 이 시대를 사는 젊은이들에게도 큰 울림을 준다.
“아흔다섯 번째 생일을 맞는 오늘, 내 나이에 또 한 살이 보태졌다. 나는 또 한 해를 죽은 것이다. 그러나 달라질 것은 없다. 나는 또다시 오늘을 산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