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대신 폰에 사인하자 끝… 확정일자-실거래신고 자동처리
《 이달 초 서울 서초구 양재대로2길(우면동)에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한 부동산 매매 계약이 국내 처음으로 이뤄졌다. 정부가 지난달 부동산 앱 계약 시범사업을 시작한 지 약 1개월 만이다. 스마트폰을 통한 부동산 거래는 계약 과정이 간편하고 거래 비용도 절약된다는 이점이 있다. 》
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일 서초구 LH서초5단지 아파트에서 ‘부동산 전자계약’ 스마트폰 앱을 이용한 주택 매매 거래가 성사됐다. 올해 2월 국토부 관계자가 태블릿PC를 이용해 시범계약을 맺은 적은 있지만 일반인이 스마트폰으로 전자계약을 체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계약서를 스마트폰으로 보기 위해서는 매수·매도인의 신분 확인 절차가 필요했다. 중개사가 화면상의 ‘본인인증’ 버튼을 터치하자 계약자들의 휴대전화로 인증번호가 전송됐다. 중개사의 인적사항을 확인하는 장치가 있어 무자격자의 중개를 막을 수 있는 셈이다.
계약 내용에 대한 중개사의 설명을 들은 당사자들은 터치펜으로 액정에 서명했다. 이후 중개사가 거래 완료를 승인하자 계약이 마무리됐다. 계약자들에게는 계약 완료를 알리는 문자메시지가 휴대전화로 발송됐다. 거래를 중개한 윤하은 글로벌공인중개소 대표는 “전자계약 앱이 기존 계약서 작성 프로그램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며 “‘펜 계약’에 익숙하던 중개사들도 쉽게 중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거래 당사자도 만족감을 나타냈다. 엽정훈 씨(41)는 “공인중개사 신원을 확인할 수 있어 안심이 됐다”며 “거래 절차가 쉬워 다음번에도 이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앱 계약을 통한 거래비용 절감 효과가 큰 만큼 이러한 방식의 거래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내다본다. 주택임대차계약을 전자계약으로 체결할 경우 확정일자가 실시간으로 부여돼 임차인이 주민센터를 방문할 필요가 없고 수수료(600원)가 면제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전자계약과 연계해 이사, 청소, 인테리어 비용 등을 할인해 주고, 등기 비용을 낮추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며 “현재 서초구를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하고 있는데, 내년에는 전국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임대소득 노출을 우려하는 다주택자 임대인들을 설득하는 것이 관건이다. 세입자가 확정일자를 신고하지 않는 조건으로 원룸 등을 임대하던 집주인들이 전자계약을 꺼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박정현 국토부 부동산산업과 사무관은 “정상적으로 거래하는 대다수 국민은 전자계약으로 거래 절차가 간편해진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알릴 것”이라고 밝혔다.
천호성 기자 thousan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