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호, 체코에 2-1 승… 유럽 원정서 얻은 교훈
5일 체코와의 평가전 직전 라커룸에서 승리의 결의를 다지고 있는 울리 슈틸리케 감독(가운데)과 한국 축구대표팀 선수단. 대한축구협회 제공
스페인에 참패를 당한 뒤 ‘우물 밖에 나간 개구리’로 불렸던 대표팀은 5일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체코전에서 2-1로 승리해 1승 1패의 성적을 거뒀다. 체코를 상대로 15년 전 0-5패배를 설욕한 대표팀은 울리 슈틸리케 감독 부임 후 유럽 팀 상대 첫 승을 기록하며 자신감을 회복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0위인 대표팀은 ‘티키타카(짧은 패스 중심의 축구)’를 앞세운 스페인(6위)과 강한 몸싸움을 즐기는 체코(30위)와의 맞대결을 통해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 등에 대비한 교훈을 얻었다.
체코전은 약체가 강호를 잡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선제골’에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대표팀은 윤빛가람(옌볜 푸더)이 전반 26분 프리킥으로 선제골을 뽑아낸 덕분에 경기를 쉽게 풀어나갈 수 있었다. 이후 석현준(FC포르투·전반 40분)의 추가골까지 터지면서 당황한 체코를 상대로 강한 전방 압박을 유지하며 리드를 지키는 수비적 운영이 가능했다. 스페인전에서 선제골을 얻어맞은 뒤 수비 조직력이 흔들렸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2016 유럽축구선수권을 앞두고 출정식을 겸해 열린 평가전에서 정예 멤버를 내세우고도 패배한 체코의 미드필더 토마시 로시츠키는 “한국의 저돌적인 축구에 무너졌다”고 말했다.
체코전의 또 다른 소득 중 하나는 대표팀이 패배의 충격을 딛고 빠르게 정신력을 회복했다는 것이다. 스페인에 1-6으로 패한 뒤 4일 만에 치러진 체코전에서 대표팀은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2연패를 당했다면 가라앉은 팀 분위기가 9월 시작되는 월드컵 최종 예선까지 이어질 수 있었겠지만 위기를 극복하고 ‘위닝 멘털리티(winning mentality·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를 회복했다. 경기 전 슈틸리케 감독은 라커룸에서 짧지만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선수들과 함께 어깨동무를 한 그는 “우리는 오늘 다시 시작하는 거야”라고 외쳤다.
5일 체코와의 평가전 직전 라커룸에서 승리의 결의를 다지고 있는 울리 슈틸리케 감독(가운데)과 한국 축구대표팀 선수단. 대한축구협회 제공
정윤철기자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