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리포트/UAE 파병 ‘아크부대’ 연합훈련 현장을 가다]
시야를 가리는 매캐한 연기와 고막을 찢는 듯한 총성 및 폭발음으로 순식간에 충격과 혼돈이 엄습했다. 곧이어 특전요원 3, 4명이 비호처럼 2층 건물로 뛰어올라 가상의 테러단체 지도자를 사살한 뒤 시신을 짊어지고 빠져나왔다. 모든 작전에 걸린 시간은 5분 안팎에 불과했다.
이는 현지에 파견된 한국 특전사 소속 아크부대(UAE 군사훈련협력단)가 UAE 특수부대원들과 실시한 연합전술훈련의 한 장면이다. 훈련 뒤 아크부대와 UAE 특전요원들은 환한 표정으로 엄지손가락을 세워 보이며 서로를 격려했다.
앞서 2010년 5월 한국을 찾은 무함마드 왕세제가 한국 특전사의 대테러 시범에 매료돼 자국 파견을 제안했고 이를 한국 정부가 수용했다. 이후 아크부대는 6, 7개월 주기로 교대하면서 지난해 11월 파병된 10진(150여 명)까지 6년째 파병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①아랍에미리트(UAE)에 파견된 한국 특전사 소속 아크부대가 사막에서 위장한 뒤 저격 훈련을 하고 있다. ②아크부대 고공강하팀이 1만8000피트 상공에서 낙하산 강하 훈련을 하거나 ③알아인의 주둔지 안에 있는 실내 시뮬레이션 훈련장에서 특전사 대원들이 가상현실(VR) 장비를 착용하고 모의 교전 훈련을 하는 비용은 전액 UAE 정부가 부담한다. 아크부대 제공
아크부대는 UAE 측에 사격과 헬기 레펠, 특공무술 등 전술 교육은 물론이고 전반적인 특수전 훈련체계와 노하우도 전수하고 있다. 한국식 체력단련과 단체 뜀걸음도 주된 교육과목이다. UAE군 관계자는 “아크부대의 도움으로 UAE 특수부대의 능력이 짧은 기간에 많이 향상됐다”며 “한국군은 UAE군과 훈련 때 심장 박동수까지 맞출 만큼 형제처럼 가깝게 지낸다”고 말했다.
한국군도 많은 실익을 거뒀다. 국내에선 경험할 수 없는 악조건(섭씨 50도 이상의 고온과 사막 기후 등)에서 개인 전술능력을 배양한 것도 소득이다. 낙하산을 이용한 고공강하 훈련은 한국에선 기상이 나빠 연기되는 경우가 많지만 연중 맑고 강수량이 적은 UAE에서는 언제든지 가능하다. 홍성규 아크부대장(중령·육사 50기)은 “국내에서 6, 7년이 걸리는 훈련량을 UAE에선 6, 7개월 만에 소화할 수 있다”며 “최근에도 UAE 공군의 C-17 수송기를 타고 국내 강하한계고도(1만2000피트·약 3658m)보다 높은 1만8000피트(약 5486m) 상공에서 강하훈련을 했다”고 말했다. 또 민간인 거주지역과 멀리 떨어진 곳에 마련된 넓은 훈련장에서 실전과 같은 훈련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이날 시가지 전투 훈련에서도 대항군이 배치되지 않은 건물에 대한 기습타격은 실탄을 사용하면서 진행했다.
UAE가 막대한 ‘오일 달러’로 도입한 최첨단 훈련 시설과 장비를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아크부대 주둔지 인근에 마련된 가상현실(VR) 전투시스템이 대표적 사례다. 신체 곳곳에 센서를 부착하고, 고글이 달린 VR 헤드셋을 쓴 병사들은 가상의 적대세력과 실전처럼 교전을 벌일 수 있다. 영화 아바타 제작에 참여한 미국 업체가 만든 이 장비의 가격은 70여억 원에 달한다.
또 UAE는 300억 원을 투자해 알아인에서 서쪽으로 약 150km 떨어진 스웨이한 지역에 아크부대의 새 주둔지를 건설하고 있다. 아크부대가 9, 10월 중 이곳으로 이전하면 훈련장 이동 시간과 비용이 대폭 단축되고, 장병들의 생활여건도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아크부대 파병은 한국과 UAE 특수부대가 함께 발전하고 양국 우호 관계를 증진시키는 이상적인 군사 교류 협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UAE군과의 협조 업무를 맡고 있는 김명응 소령은 “UAE군이 아크부대를 각별하게 대하는 것을 보고 대한민국의 위상과 국격이 높아졌다는 사실을 절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강호 주UAE 한국대사는 “UAE 최고위층은 아크부대를 파병해 준 한국 정부에 큰 사의를 표명했다”며 “이는 UAE 외교를 수행하는 데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알아인=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