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윤승옥 기자의 야구&]코리안 빅리거 펄펄 나는데, 국내야구도 인기네

입력 | 2016-06-07 03:00:00

스타들 ML行에 긴장했던 야구계 안도, 삼성-넥센 새 구장… 전체관중 11% ↑
그러나 4개구단은 작년보다 감소… 다양한 팬 모시기 마케팅 더 힘써야




쇠고기와 돼지고기처럼, 메이저리그와 국내 프로야구도 ‘대체재’ 관계다. 쇠고기 판매(메이저리그 관심)가 늘면 돼지고기 소비(국내 프로야구 관심)는 줄어든다. 1990년대 후반 박찬호의 전성기와 국내 프로야구의 암흑기는 궤를 같이했다. 이웃 일본도 이치로(마이애미), 다루빗슈(텍사스) 등의 빅리그 진출로 리그 흥행이 타격을 받았다.

박병호(미네소타) 김현수(볼티모어) 이대호(시애틀) 오승환(세인트루이스) 등 특급 스타 4명이 동시에 메이저리그에 입성하자 프로야구 관계자들이 위기감을 느낀 건 당연했다. 최근 몇 년간 유지돼 온 프로야구의 상승세가 꺾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걱정은 기우였다. 쇠고기와 돼지고기 판매가 동시에 호황이다. 해외파의 활약이 국내 팬들의 주요 관심사가 된 가운데, 5일 프로야구 5개 구장에 10만 명이 넘는 관중이 몰렸다. 하루 관중 10만 명은 프로야구 30여 년간 딱 세 번 나왔는데, 올해에만 벌써 두 번째다. 시즌 관중이 지난해보다 11%나 늘었다. 지금 추세라면 850여 만 명이라는 올해 관중 수 전망치가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

메이저리그의 공세를 버텨 낼 만한 무기가 있었던 것이다. 따뜻한 날씨, 치열한 순위 싸움, 두산 김재환 등 새로운 스타의 탄생 등도 호재였지만 기본적으로 새로운 구장의 효과가 컸다. 인프라 개선은 신생 구단 창단과 함께 리그의 산업 경쟁력을 키우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다.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가 문을 열면서 삼성은 올해 91%의 관중 증가세를 맛보고 있다. 고척 스카이돔에 입성한 넥센은 45%나 늘었다. 몇몇 구단은 대체로 지난해와 비슷하고, 한화 등 4개 구단은 오히려 전년 대비 마이너스 행진이다. 그만큼 인프라의 위력이 컸다.

새집에 대한 호기심은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든다. 하지만 NC가 새로운 구장을 착공했고, 잠실구장의 신축 계획도 발표됐다. 프로야구 전체적으로 봤을 때 개점 효과가 당분간 유지될 것이다.

하지만 야구장이 100% 안전한 성(城)은 아니다. 메이저리그의 공세는 강하다. 스포츠 마케팅 전문가인 전용배 교수(단국대 스포츠경영학과)는 “올해 관중은 늘었지만 국내 야구 뉴스에 대한 포털 사이트 클릭은 오히려 줄었다. 반면 메이저리그 기사에 대한 클릭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팬들의 이탈을 막기 위한 고민을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020년 1000만 관중 시대라는 원대한 목표를 제시해 놓고 있다. 야구장은 매년 만들지 못하지만, 야구를 삶의 한 부분으로 만들어야 도달할 수 있다. NC가 야구장을 회의장으로 대여하고, 넥센이 야구장을 나이트클럽으로 꾸미고 있다. 또 롯데가 여고생들에게 찾아가고, kt가 엄마들을 겨냥하는 게 이런 차원이다. 장기적으로는 관람 위주의 문화보다는 체험 위주의 문화를 조성해 국내 야구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높여야 한다. 그래야 메이저리그의 대체재 신분에서 벗어날 수 있다.

윤승옥기자 touc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