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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럽게 널려있는 설치물 속에 묘한 여운이…

입력 | 2016-06-07 03:00:00

정지현 개인전 ‘곰염섬’




정지현 씨의 개인전 ‘곰염섬’ 전시실 내부. 두산갤러리 제공

서울 종로구 두산갤러리 외벽에는 백화점 외벽의 마네킹 진열대처럼 통유리 너머로 일부 작품을 보여주는 공간이 있다. 지난 주말 건물 밖에서 그곳을 들여다보다가 ‘혹시 전시가 예정대로 시작되지 못했나’ 잠깐 생각했다. 7월 2일까지 열리는 정지현 작가(30)의 개인전 ‘곰염섬’은 분명 1일 개막했다. 부서진 석판, 철제 작업대, 종이 상자를 스산하게 얹어놓은 외벽 전시공간은 흔히 보던 깔끔하고 단정한 전시를 기대해서는 곤란함을 암시한다.

정진우 두산갤러리 큐레이터는 “전시 제목에는 특별한 의미가 없다. 관람객이 전시실에서 마주치게 될 생경한 풍경의 느낌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그 말대로 문을 열고 들어선 전시공간은 당황스럽다. 한창 붙박이 가구를 해체 중인 낡은 집 안. 굳이 비교하자면 그쯤을 연상시킨다. 어딘가 전시실에서 뜯어내온 판자, 철물, 용도를 규정하기 어려운 목재 구조물이 빙 둘러 널브러져 있다.

‘거친 손놀림으로 허무한 심상을 드러내는, 흔한 젊은 작가이겠거니.’

25개의 설치물 윤곽을 그려 넣고 ‘바람이 불지 않으면’ ‘콘크리트 돌이 숫자를 세는 곳’ ‘기다가 잡혀’처럼 알 수 없는 제목을 붙여놓은 전시안내문은 그런 짐작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래서 허투루 가볍게만 볼 전시인가? 단정하기 어렵다.

하나하나 설치물에 접근하면 목적과 정체 불명의 앙상한 전기 장치들이 눈에 들어온다. 놀라움과 신기함은 없다. 모양새와 움직임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생명체처럼 꿈틀댄다. 목적이 흐릿한 존재와 움직임이 모두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면 이 전시는 무의미하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여운이 묘하게 아리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