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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에노 지즈코 교수 “강남역 추모는 여성들이 참지않고 일어난 역사적인 일”

입력 | 2016-06-07 03:00:00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 저자 日사회학자 우에노 지즈코 교수




우에노 지즈코 도쿄대 명예교수는 “폭력이 학습되듯이 비폭력도 학습 가능하다”고 말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강남 화장실 살인 사건 피해 여성에 대한 추모는 역사적인 일입니다. 여성 살해는 숱하게 일어났지만 여성들이 ‘더 이상 참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냈으니까요.”

4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일본 사회학자 우에노 지즈코(上野千鶴子·68) 도쿄대 명예교수는 최근 한국 사회의 움직임을 세밀하게 분석했다. 리쓰메이칸대 교수이기도 한 그는 “가해자의 정신질환도 원인이지만 약자인 여성을 공격했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남성을 잠재적 범죄자로 매도한다”며 항의하는 남성들과 추모자 간에 몸싸움까지 벌어진 건 어떻게 생각할까. 그는 “남성들이 하나로 결속된 게 아니라면 여성에게 입을 다물라고 할 게 아니라 폭력적 남성에게 그만하라고 얘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 혐오의 구조를 통찰한 그의 저서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2012년 출간)는 최근 2주간 3000여 권이나 판매되며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이날 마포구립 서강도서관에서 열린 강연에는 100명 모집에 500명이 넘게 신청했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여성 혐오(misogyny)는 사회 구조가 남성 간의 유대로 이뤄지는 데서 비롯된다. 남성은 여성이 아니라 남성에게 인정받아야 스스로를 인정하게 된다는 것이다. 여성은 이 구조에서 배제되고 남성이 소유하거나 지배하는 대상이 된다.

“여성 혐오는 너무 오래 계속돼 누구도 쉽게 벗어날 수 없습니다. 공기와 중력처럼요. 이 구조를 깨려면 여성은 부당한 상황을 참지 말고 용기를 내 말해야 합니다.”

군복무, 가장으로서의 책임 등으로 남성도 살기 힘들다고 호소한다. 이에 대한 그의 생각은 어떨까. “여성들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성운동을 해왔듯이 남성도 나서야 합니다. 남성의 문제를 결정하는 것은 남성 자신입니다. 단, 여성을 탓하고 공격하는 방법은 옳지 않습니다.”

위안부 배상금을 둘러싸고 한국에서 갈등이 고조되는 현상에는 일침을 가했다. “피해자끼리 싸우게 만든 아베 정권의 노회한 행동입니다. 한국 정부가 피해자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일본 정부와 합의한 건 심각한 문제입니다. 일본 정부에 어떻게 하면 충분한 사과가 되는지 한국 정부가 정확히 요구해야 합니다.”

그는 일본의 우경화를 우려하면서도 집단 자위권을 행사하게 한 안보법 개정에 반대하며 젊은층을 중심으로 벌어진 시위에서 희망을 발견했다고 한다.

“아베는 ‘일본의 도널드 트럼프’입니다. 헌법 개정, 원전 재가동 등 국민의 기대와 반대로 가고 있습니다. 투표 연령을 만 20세에서 18세로 낮춘 후 처음 실시되는 다음 달 참의원 선거에서 변화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는 페미니즘은 여성이 남성만큼 강해지는 걸 의미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인간은 아기라는 약한 존재로 태어나 노인이라는 약한 존재로 죽음을 맞습니다. 약한 사람이 약한 그대로 존중받는 것, 그게 페미니즘입니다. 사랑은 존중하고 또 존중받는 것입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