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다. 오랜 세월 그대로일 것만 같은 것도 시간이 지나면 변한다는 의미다. PC 저장장치 시장도 그렇게 큰 변화를 맞은 것이 10년 가까이 되었다. 하드디스크가 득세하던 시절, 유유히 나타나 시장에 충격을 줬던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 때문이었다. 기계적인 저장장치 구조에서 반도체 중심의 저장매체로의 흐름 전환은 분명 파격적인 변화였다.
이런 변화의 중심에 인텔도 한 몫 했다고 할 수 있다. SSD 도입 초기, 파격적인 성능을 가진 제품을 선보이며 주목 받았으니 말이다. 이후 다양한 라인업을 전개하며 타 제조사들과 함께 본격적인 SSD 시대를 열어나가기도 했다. 메모리 제조사 마이크론과 함께 기술 개발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중이다.
그런 점에서 지금 소개하는 인텔 540s 시리즈 SSD는 여러모로 의미 깊은 제품이다. 바로 그 동안 이어오던 메모리 구조에 변화가 왔기 때문이다.
인텔 540s 시리즈 SSD. (출처=IT동아)
'용량과 성능' 해결할 열쇠는 '메모리'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는 하드디스크보다 화끈한 성능을 앞세워 빠르게 자리 잡았다. 아무래도 자기 원판(플래터)를 빠르게 회전시켜 데이터를 읽고 쓰는 하드디스크의 물리적 구조 보다 낸드 플래시와 컨트롤러 등 반도체 조합으로 만들어진 SSD가 성능 경쟁에서 우위에 서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SSD에도 유일한 단점이 바로 용량 대비 가격이었는데, 이 또한 많은 방법을 동원하며 가격을 낮추기 시작했다. 낸드 플래시 가격의 안정화도 가격 인하에 도움을 주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라 보기는 어렵다. 물리적으로 가격은 낮추면서 특유의 성능을 어느 정도 유지하는 방법으로 이동해야 했다. 그리고 늘 그랬듯이, SSD 제조사들은 답을 찾기 시작했다.
그 해답이 바로 메모리 제조 단계에서 효율을 높이는 것이다. 간단하다. 무슨 짓을 하건 낸드 플래시를 생산하는 비용이 정해져 있다면, 한 번에 더 많은 용량을 담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런 고민에서 고안한 기술이 바로 TLC(Triple Level Cell)다.
TLC는 한 개의 셀(반도체 저장소)에 3비트 정보를 담게 된다. 3비트는 2의 3제곱으로 000부터 111까지 실제 8개의 정보가 들어가는 셈이다.
그 동안 SSD 대부분은 2비트 정보를 담는 MLC(Multi Level Cell) 구조였다. 4개의 정보를 담는 것이다. 당연히 그 이전에는 1비트 정보를 담는 SLC(Single Level Cell) 방식을 썼다. 한 개의 셀에 정보를 적게 담을수록 관리가 쉽고 자연스레 속도와 안정성은 높아진다. 셀은 데이터를 읽고 지우는 과정에서 수명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인텔도 거스르지 못한 시대의 흐름
이런 분위기 속에서 출시된 인텔 540s 시리즈가 출시됐다. 기존 인텔 535 시리즈의 뒤를 이을 보급형 라인업이다. 인텔은 코어 프로세서에 3/5/7로 등급을 나눴다. SSD도 비슷하게 전개 중으로 보급형인 500, 고급형인 700 시리즈로 나눠 운영하고 있다.
인텔 540s 시리즈 SSD. (출처=IT동아)
540s도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보급형 SSD다. 용량은 120GB부터 1TB(1,000GB)까지 준비되어 있다. 가격은 리뷰에 쓰인 240GB 제품 기준으로 인터넷 최저가 약 10만 원 초반대에 형성됐다. 120GB는 5만 원대로 접근이 용이한 편이다. 최근 사용자들은 SSD에 운영체제 외에 약간의 고사양 게임이나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는 경향이 있다. 때문에 120GB 보다는 240GB 또는 480GB 제품군으로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
반면, 용량이 커질수록 가격은 상승하는 부분은 어쩔 수 없다. 540s 480GB도 인터넷 최저가 기준 약 18만 원 상당이다. 그러나, 과거 MLC 낸드 플래시 기반 고성능 SSD들과 비교하면 상당히 안정화된 수준이라 하겠다.
인텔 540s 시리즈 SSD에 탑재된 낸드 플래시는 SK 하이닉스, 컨트롤러는 실리콘 모션에서 개발했다. (출처=IT동아)
가격 안정화가 가능해진 이유는 바로 낸드 플래시에 있다. 이 제품에서 처음으로 인텔이 TLC 낸드 플래시를 채용했다. 또한 그간 마이크론(Micron)과 함께하던 행보도 변화됐다. 540s SSD에는 SK 하이닉스의 낸드 플래시가 탑재되어 있으며, 컨트롤러도 인텔이 설계한 것이 아닌 실리콘모션(SMI)의 SM2258 컨트롤러를 채택했다.
인텔 540s 시리즈 SSD의 두께는 7mm다. (출처=IT동아)
규격은 일반 2.5인치 저장장치와 동일하고, 두께는 7mm다. 데스크톱 PC에서는 쉽게 장착 가능하지만 노트북은 호환 여부를 확인할 필요는 있다. 일부 초슬림 노트북은 2.5인치 저장장치 규격 없이 M.2나 mSATA 같은 기판 형태의 SSD만 쓰는 경우가 있어서다. 노트북 두께가 15mm 이하라면 장착 가능 여부를 확인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인텔 540s 시리즈 SSD. (출처=IT동아)
SSD 특유의 빠른 전송속도 보여주다
인텔 540s 시리즈 SSD의 실력을 확인해 볼 차례다. 성능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SSD는 인텔 코어 i7 5960X와 X99 칩셋 기반의 PC에 연결했다. 본체에는 기본적으로 인텔 730 시리즈 SSD가 연결되어 있다. 실제 성능 측정을 위해 별도로 준비한 1,140개의 음원 파일(약 10GB)을 복사했다. 하드디스크에서 540s 시리즈 SSD로, 또 730 시리즈 SSD에서 540s 시리즈 SSD로 복사를 시도했다. 반대 상황은 큰 의미가 없으므로 제외했다.
하드디스크에서 인텔 540s 240GB로 총 10GB 용량의 파일 1,140개를 복사하는데 1분 51초가 소요됐다. (출처=IT동아)
먼저 하드디스크에서 540s 시리즈 SSD로의 복사 시간이다. 여기 모든 파일을 복사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 1분 51초 정도였다. 이 때 전송 속도는 평균 초당 86MB 수준을 기록했다. 최저 초당 60MB 수준으로 떨어질 때도 있었지만 70~80MB 정도를 1초에 전송하는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인텔 730 SSD에서 인텔 540s SSD로 동일한 파일을 복사하니 40초만에 복사를 완료했다. (출처=IT동아)
이번에는 SSD에서 540s SSD로 동일한 파일을 복사해 봤다. 그 결과 단 40초 만에 파일을 복사했다. 평균 기록 용량이 초당 약 250MB 수준을 기록한 셈이다. 보급형 SSD의 성능으로는 여느 제품들과 비교해도 큰 차이 없어 보인다.
SSD 성능을 알아보는 벤치마크 애플리케이션에서의 결과도 보자. AS SSD 벤치마크를 실행해 테스트를 진행했는데, 순차(Seq) 항목에서는 읽기가 초당 504MB 가량, 쓰기는 초당 485MB 가량으로 측정됐다. 파일 복사 테스트와는 거리감이 조금 있는데, 이는 각 장치의 전송속도에 의해 실제 성능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다. 위 테스트는 순수한 540s SSD 기기 자체의 내부 테스트 결과다.
인텔 540s 240GB의 성능 측정 결과. (출처=IT동아)
실제 성능에 영향을 주는 4K 무작위(4K-64Thrd) 항목도 살펴보자. 읽기 항목에서는 초당 256.9MB 정도, 쓰기는 152MB를 1초에 전송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이 항목에서는 SSD 제조사들이 초당입출력(IOPS)으로 표기하고 있다. 전송 속도를 초당 입출력 수치로 정확히 전환하기 어렵지만 해당 애플리케이션을 기준으로 봤을 때, 쓰기는 약 4만 IOPS, 읽기는 약 7만 6,000~7만 8,000 IOPS 사이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텔은 성능을 어느 정도 확보하기 위해 일부 메모리 내 공간(셀)을 SLC로 구성해 예비 영역(캐시)으로 활용한다. 240GB 기준으로 이 공간은 약 2.7GB 정도다. 한 번에 2.7GB 이상의 파일을 주고 받을 때에는 성능 저하가 생기지만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타 중급 SSD 못지 않은 성능을 낼 수 있다.
MLC를 선호한다면 어쩔 수 없지만...
인텔 540s 시리즈 SSD는 자체 성능만으로도 스트레스가 적은 저장장치다. 하드디스크보다 빠른 입출력 성능은 PC 사용을 쾌적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반면, 기존 고용량 SSD를 가지고 있는 소비자라면 굳이 교체할 이유는 없다. 용량이 바닥을 드러냈거나, 수명이 다했거나 하는 등 교체 수요가 발생한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인텔 540s 시리즈 SSD. (출처=IT동아)
타 동급 SSD와의 성능 차이는 수치적인 부분만 존재할 뿐, 실제 체감 영역에서는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결국 소비자가 선택해야 할 요소는 브랜드와 가격, 사후 서비스 정도다. 그런 점에서 인텔은 몇가지 유리한 점이 있다. CPU 제조사가 갖는 브랜드가 핵심이다.
그러나 가격은 여전히 동급 보급형 SSD와 비교하면 조금 높다. 현재 TLC 기반 SSD들은 240GB 기준으로 10만 원 이하에 진입해 있다. 평균적으로 7~9만 원 사이인데, 인텔 540s SSD 240GB는 10만 원(인터넷 최저가 기준)에 형성되어 있다. 인텔은 이런 약점을 5년 보증으로 대신했다. 가격은 조금 높지만 브랜드 신뢰도와 보증기간으로 맞바꾼 것이다.
MLC 낸드 플래시를 탑재한 SSD가 아니라면 SSD가 아니다라고 외친다면 어쩔 수 없다. 그러나 TLC 낸드 플래시라도 브랜드가 주는 안정감을 선택한다면 인텔 540s 시리즈 SSD는 합리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을 듯 하다.
동아닷컴 IT전문 강형석 기자 redb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