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S, 물류부문 분할 검토
《 삼성SDS가 7일 물류사업 분할을 검토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삼성그룹의 사업 재편에 다시 시동이 걸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지주회사 체제 도입을 중단한 이후 비금융 계열사부터 손대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SDS 물류사업을 분할한 뒤 이를 삼성물산 상사부문과 합병하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삼성물산 지분을 높일 수 있고 삼성물산의 사업 실적도 개선시킬 수 있다. 다만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엘리엇 복병’을 만나 진통을 겪었던 삼성그룹은 이번에는 시장 분위기를 살펴가며 무리하지 않고 진행할 계획이다. 》
○ 사업 재편 서두르지 않을 것
다만 삼성이 ‘합병 검토’가 아닌 ‘분할 검토’부터 공시한 것을 보면 사업구조 재편 작업을 서두르기보다는 시장 반응에 따라 유연하게 결정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삼성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는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엘리엇 복병’을 경험했던 만큼 삼성이 주주들의 반발을 무시한 채 밀어붙이지는 않을 것”이라며 “지난해와 달리 삼성SDS와 삼성물산의 합병은 당장 안 하면 안 되는 경영권상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8월 사업 재편과 선제적 구조조정을 지원하는 기업활력제고특별법(일명 원샷법) 시행에 발맞춰 작업이 진행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 이재용 부회장 지배력 강화
삼성SDS가 분할에 무사히 성공한다면 그 다음 수순은 합병이다. 삼성SDS에서 물류사업을 인적 분할한 뒤 삼성물산에 합병시킬 가능성이 가장 높게 점쳐진다. 삼성SDS 최대주주인 삼성전자가 ‘물류 신설 법인’의 주식을 삼성물산으로 넘기고 그 대가로 삼성물산은 삼성SDS 지분 일부를 삼성전자에 넘기면 대규모 자금 없이 손쉽게 합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IT 서비스 사업도 같은 방식으로 삼성전자에 합병시킬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전망에 대해 삼성물산과 삼성전자는 지난주 각각 일단 부인공시를 냈다. 하지만 재계 관계자는 “아직 사업 분할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굳이 앞서나가 합병을 시인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며 “여러모로 윈윈(win-win)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합병을 추진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삼성물산 사업 개선 효과
사업적 측면에서도 효과가 있다. 사실상의 지주회사이지만 지난해 제일모직과의 합병 이후 제대로 된 시너지를 내지 못하고 있는 삼성물산으로선 신설 물류 법인과의 합병이 체질 전환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삼성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는 “이번 분할 자체가 삼성물산 사업 개선을 위해 추진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건설, 리조트 등 기존 사업이 맥을 못 추는 상황에서 성장 가능성이 높은 물류 사업으로 아예 업(業)을 바꿀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이다.
삼성SDS 역시 2012년에 받아뒀던 삼성전자 등 관계사 물량이 올해 말이면 대부분 마무리된다. 삼성SDS 관계자는 “관계사 도움 없이 계속 성장하려면 대외사업 확대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사업이 많은 삼성물산 상사 부문과 합병하면 삼성SDS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혀 왔던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 대한 부담도 덜어낼 수 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곽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