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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들 “저성장 탈출” 해외 M&A 붐

입력 | 2016-06-08 03:00:00

롯데케미칼, 美화학사 인수 추진… 한화는 美자동차소재업체 눈독
기존 인수업체 실적 호전에 고무… 해외서 생존 해법 찾기 나서




시장에 매물로 나온 해외 기업들을 적극적으로 인수하려는 한국 대기업들이 늘고 있다. 국내 사업으로는 성장 한계에 부닥친 기업들이 해외 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해 생존 해법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롯데케미칼은 7일 미국 액시올에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액시올은 소금을 전기분해해 석유화학 기초 원료를 생산하는 ‘클로르알칼리(Chlor-Alkali) 사업’을 하는 화학회사다. 롯데케미칼과 액시올은 미국 루이지애나 주에 연산 100만 t 규모 에탄크래커와 연산 70만 t 규모 에틸렌글리콜(EG) 공장 설립을 진행하는 등 합작사업을 벌이며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액시올이 최근 미국 웨스트레이크사로부터 적대적 인수합병 대상이 되면서 경영권 분쟁을 겪자 롯데케미칼이 아예 인수를 타진하고 나선 것이다.

인수에 성공하면 롯데케미칼은 기존 석유화학 사업을 클로르알칼리 영역까지 확장해 석유화학 제품 포트폴리오를 완성할 수 있게 된다. 힘들이지 않고 북미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까지 갖게 돼 제품뿐 아니라 시장 다각화도 꾀할 수 있다. 북미에서 추진하는 에탄크래커 조인트벤처(JV)의 안정적인 수요처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롯데케미칼 측은 액시올 인수를 매출액 21조 원 이상, 세계 12위권의 글로벌 종합화학회사로서의 면모를 갖출 수 있는 기회로 여기고 있다.

한화그룹도 미국 자동차 소재 업체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미국 자동차 소재 업체 ‘콘티넨털 스트럭처럴 플라스틱스(CPS)’에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고 7일 밝혔다. CSP는 제네럴모터스(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완성차 업체 ‘빅3’ 모두에 부품을 납품하는 업체다. 탄소섬유 등 자동차 경량화 소재를 주로 생산하며 지난해 5억5000만 달러(약 6545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현재 한화첨단소재 등을 통해 자동차 소재 사업을 하고 있는 한화가 이번 인수전에 뛰어든 것은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자동차 부품 시장 공략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화는 지난해 삼성종합화학과 삼성토탈을 인수하면서 석유화학 분야에서 양적으로 성장했다. 여기에 자동차 부품 등 고부가가치 화학사업을 붙여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인수의향서는 구속력 없이 ‘인수하고 싶다’는 의지를 밝히는 수준의 의사 표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대기업들의 잇따른 해외 기업 인수 시도가 주목받는 이유는 해외 기업 M&A가 곧 실적으로 이어졌던 경험 때문이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1분기(1∼3월) ‘LC타이탄(롯데케미칼 타이탄) 부문’ 영업이익(898억 원)이 지난해 같은 기간(130억 원)에 비해 590.6% 증가했다. LC타이탄은 롯데케미칼이 2010년 말레이시아 석유화학회사 ‘타이탄’을 인수해 출범시킨 회사다. 한화케미칼도 1분기에 한화큐셀 등 자회사 실적이 반영되는 ‘태양광 및 기타부문’ 영업이익(889억 원)이 지난해 같은 기간(192억 원 적자)에 비해 대폭 개선됐다. 한화큐셀은 한화그룹이 2010년 중국 솔라펀파워홀딩스, 2012년 독일 큐셀을 인수해 출범시킨 기업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독자적인 투자 전략에만 의존해서는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국내 기업들이 해외 M&A 역량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한동안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한 인수합병 시도가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