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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마운드 설계자, 한용덕 코치 ‘믿음의 철학’

입력 | 2016-06-08 05:45:00

두산 한용덕(가운데) 수석코치는 투수코치를 겸하며 두산 마운드를 높이는 데 큰 공을 세웠다. 한 코치는 ‘투수는 믿는 만큼 자란다’는 지론 아래 선발과 불펜의 보직을 명확히 나눠 투수진을 운영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믿는 만큼 자란다”확실한 지론과 보직 구분
SK전 고원준·안규영 투입…잠재선발 발굴
“편하게 하라했는데 그렇게 잘할 줄 몰랐다”

‘투수는 만들어지고 타자는 타고 난다’는 야구계의 오랜 속설이 있다. 그러나 육성 트레이닝이 진보한 지금은 오히려 그 반대가 현실에 부합한다. ‘타자는 벌크업을 통해 파워를 키울 수 있지만 소모품인 투수의 어깨는 타고 난다’는 관점이다. 실제 KBO리그를 보면 투수난이다. 특히 토종선발이 없다. 온전한 4∼5선발을 갖춘 팀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런 관점에서 두산의 좌표는 특별하다. 니퍼트∼보우덴∼유희관∼장원준∼허준혁의 5선발은 물론, 고원준∼안규영 등 7∼8선발 자원까지 갖추고 있다. 이 선발진이 건재한 이상, 두산은 강팀일 수밖에 없다. 이런 두산 마운드가 하루아침에 완성된 것은 아니다. 육성의 힘과 더불어 선수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설계자’의 공로를 간과할 수 없다. 두산 한용덕 수석코치 겸 투수코치의 얘기를 들어볼 필연성이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 투수는 믿는 만큼 자란다

두산은 3일과 5일 SK전 선발로 고원준과 안규영을 임시선발로 투입해 성공시켰다. 포인트는 왜 두산이 굳이 두 투수를 바로 선발로 썼느냐다. 한용덕 코치는 “불펜의 진야곱, 이현호 등을 선발로 돌리는 방안을 아예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은 불펜의 안정화가 시급하다고 봤다. 이제 자리를 잡으려는 투수들을 흔들지 않고, 그 대신 새로운 선발투수를 찾았다”고 말했다. 선발과 불펜의 보직을 명확히 구분하는 투수운영이다.

스윙맨으로 던질 고원준, 2군에서 성적을 냈던 안규영은 그렇게 기회를 얻었다. 객관적으로 오래 버티기 어렵다고 여겨지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한 코치는 “투수들에게 (할당된 이닝까지는) 안 바꿀 테니까 편하게 던지라”고 말했다. 못 믿는다고 시작부터 다음투수를 대기시키지 않고, 심적 안정감을 준 것이다. 그 결과 두산은 두 명의 잠재적 선발투수를 얻었다. 한 코치는 “고원준의 슬라이더가 그렇게 좋은 줄 몰랐다. 안규영도 캠프 때부터 지켜봤는데 가장 잘 던졌다”고 웃었다. 장원준, 니퍼트가 선발진에 복귀하며 두 투수는 롱 릴리프로 돌아간다. 두산 선발진의 두꺼움을 실감할 수 있다.

● 다음 목표는 불펜 관리

한 코치는 “지금 두산은 선발야구를 할 수밖에 없는 팀”이라고 진단했다. 남들은 부러워할지 모르겠지만 두산 불펜진의 얇은 사정을 고려해 선발이 긴 이닝을 끌어줘야 되는 구조라는 의미다.

그 반대편에서 정재훈∼이현승 등 필승 불펜조를 향한 미안함이 깔려 있다. 한 코치는 “시즌 들어가기 전부터 두 투수에게 얘기했다. ‘처음에 승수를 쌓아놓아야 불펜 운영에서 융통성이 생길 것 같다. 그러니까 조금 무리를 시키더라도 이해해 달라’고. 이제부턴 휴식을 줘야지 싶은데 아직 그러지 못해 미안한 마음 뿐”이라고 덧붙였다. 햄스트링 부상 조짐을 보였던 마무리 이현승은 다행히 엔트리에서 제외될 정도의 증상은 아니다. 임시 마무리로 정재훈을 기용할 방침이다. 벌어놓은 승수가 많은 만큼 이제 불펜옵션 다변화가 한 코치의 관심사다. 지난해 한 코치는 이현승 마무리 전환이라는 대박을 만든 바 있다.

투수코치가 책임자이지만 최종권한은 감독에게 있다. 한 코치는 “김태형 감독님이 긴 호흡으로 투수를 봐줬기에 선발야구가 가능했던 것”이라는 말을 빠뜨리지 않았다.

수원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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