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츠버그 강정호.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요즘 강정호(29·피츠버그)의 홈런 페이스는 무시무시할 정도다. 무릎 부상을 털고 232일 만에 돌아온 강정호가 건강하게 뛰고 있다는 점도 놀라운데, 연일 홈런쇼를 선보이고 있으니 피츠버그 입장에선 복덩이가 따로 없다. 특히 메이저리그(ML) 데뷔 첫해인 2015시즌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홈런 페이스가 돋보인다.
강정호는 7일까지 올 시즌 24경기에서 타율 0.284(81타수23안타), 8홈런, 22타점을 기록 중이다. 지난 시즌 개막(4월9일) 후 4개월, 87경기 만인 8월2일에 8번째 홈런을 기록했던 강정호가 올해는 정확히 한 달(30일) 만에 이 수치에 도달했다. 복귀전인 지난달 7일 세인트루이스와 원정경기에서 2홈런을 터트렸고, 이후 23경기에서 6개를 추가했다.
피츠버그에서 강정호보다 많은 홈런을 때린 타자는 앤드류 매커친, 그레고리 폴랑코(이상 9개) 뿐이다. 그러나 매커친은 53경기, 폴랑코는 54경기에 나섰다. 또 ML 전체를 통틀어 50경기 미만 출장에 10홈런 이상 기록한 선수는 박병호(미네소타·10개·48경기), 노마 마자라(텍사스·10개·49경기), 지안카를로 스탠튼(마이애미·12개·47경기)까지 3명이 전부다. 강정호의 홈런 페이스가 얼마나 빠른지 보여주는 단면이다.
홈런의 순도 또한 매우 높다. 10점 이상 벌어진 상황에서 나오는 홈런은 승패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강정호는 1점차 리드 상황에서 3개(1·2·4호)의 아치를 그렸다. 8호는 5일 LA 에인절스전 1점 차로 뒤진 상황에서 나온 역전 2점홈런이다. 6호(28일 텍사스 원정)는 3점차 리드 상황에서 쐐기를 박는 3점홈런이었고, 나머지 3개는 2점(3호), 3점(5·7호)차로 각각 끌려가던 상황에서 쳐냈다. 8개 홈런 모두 3점 이내 승부에서 나왔다.
그뿐만이 아니다. 타구의 방향도 좌측 4개, 우측 2개, 좌중간과 중앙 1개로 다양하다. 또 6번(1~4호)과 4번(5~6호), 5번(7~8호)까지 중심타순을 오가며 홈런을 터트린 점, 투심패스트볼(1호·5호·6호), 포심패스트볼(2호·4호), 커브(3호), 체인지업(7호), 커터(8호)까지 다양한 구종을 공략한 점도 주목할만하다. 특히 직구 계열 구종 6개를 홈런으로 연결한 점은 다양한 변화구보다 빠른 공을 우선시하는 ML 투수들의 공에 적응을 마쳤다고 봐도 무방하다.
강정호가 강조하는 것은 팀 승리다. 강정호가 출전한 24경기에서 피츠버그는 13승(11패)을 거뒀다. 팀이 이긴 경기에서 강정호는 타율 0.357, 6홈런, 17타점, 출루율 0.417로 활약했다. 반대로 패한 11경기에서는 타율 0.205, 2홈런, 5타점으로 부진했다. 강정호의 활약이 팀 승리와 직결됐다. 특히 강정호는 7회 이후 동점 또는 팀의 1점 차 리드, 끌려가고 있지만 자신의 힘으로 동점이 가능한 상황에서 3홈런(14타수 7안타·4타점)을 작성했다.
MBC스포츠+ 송재우 해설위원은 “강정호가 홈런을 치는 존이 넓어졌다”며 “올해는 과거와 달리 바깥쪽 투심을 밀어치거나 몸쪽 빠른 공을 잡아당겨 만들어낸 홈런이 많다. 본인이 적응하기도 했고, 지난 시즌을 통해 확실히 자신감을 얻은 것 같다. 과거에는 공략하지 못했던 공을 쳐서 홈런을 만들어낸다”고 분석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