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院구성 시한 넘긴 20대 국회]여야, 국회의장직 ‘동상3몽’
국민의당이 7일 제안한 ‘자유투표를 통한 선(先) 국회의장 선출’ 방안에 더불어민주당이 화답하면서 두 야당이 새누리당을 압박하고 나섰다. 20대 국회 원 구성 지연의 책임을 새누리당에 넘기겠다는 의도가 다분하다. 새누리당은 “두 야당이 협상을 통해 원 구성을 하겠다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일각에선 국민의당이 새누리당이 현실적으로 받기 힘든 카드를 책임 회피용으로 제시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 의장 잃고 상임위 협상력 떨어질라
새누리당은 이날 오전 ‘2야(野)’ 공조에 대해 “진의를 확인해야 한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오후 여야 3당 원내대표 회동 이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확고히 했다. 김정재 원내대변인은 “두 야당은 당리당략과 자리 나눠 먹기에만 관심 있다”며 “야당은 의회 독재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신의에 입각한 원 구성 협상이 이뤄지도록 전향적으로 나서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자유투표를 통해 국회의장을 먼저 선출할 경우 새누리당은 자칫 의장 자리도 얻지 못하고, 상임위원장 배분에서도 협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판단인 듯하다.
하지만 미국 일본 등 해외 국가에서 선거에서 승리한 다수당 중심의 의장단 선출이 관행이라는 점은 여론전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하원의장의 경우 후보는 각각 내지만 다수결 투표를 통해 다수당의 후보가 의장으로 선출돼 왔다. 다만 새누리당 내부에선 탈당파 무소속 의원 7명이 복당하면 원내 1당이 되는 만큼 굳이 더민주당에 의장직을 양보할 이유가 없다는 기류가 팽배하다.
○ “제3당 어디로 기우나” 전전긍긍
더민주당은 20대 원 구성 협상과 관련해 겉으로는 국민의당과 손을 잡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속내는 다르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이날 ‘자유투표 불가’ 방침을 천명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김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국민이 제1당을 더민주당으로 결정해줬으면 국회의장은 당연히 더민주당이 차지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어진 의총에서 의원들은 김 대표의 뜻과 달리 국민의당의 제안을 수용하기로 했다. 당 관계자는 “김 대표와 (자유투표 수용을 주장한) 우상호 원내대표 간의 갈등이 아니라 역할 분담”이라고 전했다. 자유투표를 주장하며 새누리당과 더민주당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국민의당을 향해 김 대표가 “의장은 원래부터 더민주당 몫이니 혹시나 (새누리당 지지 등) 다른 생각을 하지 말라”는 경고를 보냈다는 것이다.
○ 중재자 역할 하며 존재감 부각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자유투표 제안과 관련해 “국민들은 누가 의장이 되고 누가 어떤 상임위를 갖는지에 관심이 없다”며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첫 번째 단계는 양당에서 의장 후보를 먼저 내놓는 것”이라고 했다. 교착상태에 있는 여야 협상에서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며 국회 운영을 주도하겠다는 속내다.
박 원내대표는 “(자유투표에서) 우리 당이 누굴 (선택) 할 거냐. 그건 우리에게 맡겨라”며 모호한 태도를 취했다. 캐스팅보트를 활용해 양당 어느 편도 들지 않으면서 최대한 협상력을 높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국민의당은 의원총회에서 이달 1일부터 개원일까지의 세비를 반납하기로 결의했다. 의원 세비가 연간 1억3796만 원인 것을 감안하면 의원 1인당 하루에 37만 원씩, 총 1436만 원씩을 반납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