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전략경제대화]“美-中 군사충돌 위험 커지고 있다” 中관영언론 이례적 고강도 언급 오바마 임기내 마지막 회의… 현안 이견 못좁힌채 막내려
올해 8회째를 맞은 미중 전략경제대화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임기 중 마지막 회의다. 따라서 이번엔 양국이 첨예한 갈등 속에서도 협력과 우호를 강조할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북핵 문제에서 기존의 원론적인 합의를 되풀이하는 데 그쳤을 뿐 남중국해 문제는 한 치 양보 없는 대립 속에서 대화는 끝났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행사가 끝나자마자 백악관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정상회담을 했다. 남아시아에서 중국과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인도를 껴안아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뜻이다. 국무부는 “인도양-태평양 지역에서의 안보협력 강화 방안 등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모디 총리는 8일에는 상하원에서 합동연설도 한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폐막식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지금부터 전적으로, 그리고 효과적으로 대북 제재를 이행한다고 동의해준 점에 감사를 표한다”고 말한 것은 이수용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의 방중 이후 북핵 문제에 대한 중국의 태도가 누그러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그가 “한반도 안정이라는 공동의 목표와 북한의 평화로운 비핵화 선택이라는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합치된 노력”이라고 강조한 것은 중국 협조 없이는 대북 제재가 실효를 거둘 수 없기 때문이다.
대화가 시작된 6일 벤 로즈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이 “미국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중국의 이행 정도를 평가할 것”이라고 밝힌 것은 주목할 만하다. 그는 이날 워싱턴에서 열린 미 군축협회(ACA) 연차총회에 참석해 연설을 마친 후 북한의 돈세탁 우려 대상국 지정 후속 조치로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은행을 언제 제재할 것이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미 고위 관리가 양국 전략대화가 시작된 날 중국의 대북 제재 이행 정도를 평가하겠다고 밝힌 것은 그만큼 불신이 크다는 뜻이다.
양제츠(楊潔지)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폐막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남중국해에서의 영토 주권을 수호할 권리가 있다”고 밝힌 것은 양국이 남중국해 문제에서 평행선을 달리며 대립각을 세웠음을 보여준다.
남중국해 문제의 경우 3∼5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5회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가 전초전이었다. 주펑(朱鋒) 난징(南京)대 남중국해 연구센터 소장은 7일 관영 환추(環球)시보 기고문에서 “중국은 2007년부터 샹그릴라 대화에 참석해 왔으나 올해는 달랐다. 남중국해에서 미중 양국 간 군사적 충돌 위험이 점차 커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미중 간 군사 충돌 가능성이 제기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오바마 대통령 임기 말에 열린 양국 간 주요 대화가 갈등 속에 마무리됨에 따라 차기 정부에서는 팽팽한 긴장 속에 미중 외교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는 중국 문제에서만큼은 큰 이견이 없어 둘 중 누가 대통령이 돼도 중국과는 험악한 상황에서 임기를 시작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 워싱턴=이승헌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