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연극제 참여하는 김정옥―오태석 연출가
원로 연출가 오태석(왼쪽)과 김정옥. 이들은 “원로라고 대우받기만 바라지 않는다”며 “관객들에게 좋은 작품으로 감동을 줄 수 있는 연극인임을 다시 한번 증명하겠다”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한국 연극계의 산증인으로 통하는 김정옥 전 대한민국예술원 회장과 오태석 극단 ‘목화’ 대표(76)는 문화예술위원회 주최로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등에서 열리고 있는 제1회 원로연극제에 참여하고 있다.
연극제에서 김정옥은 1997년 초연한 모노드라마 ‘그 여자 억척 어멈’(17일까지), 오태석은 1974년 초연한 연극 ‘태’(12일까지)를 공연 중이다. ‘그 여자…’ 초연 당시 박정자가 열연했던 배수련 역에는 배해선이 캐스팅됐고, ‘태’에는 원로배우 오현경과 성지루 손병호 등이 출연 중이다.
오태석이 7년 만에 연출에 나선 연극 ‘태’. 1974년 초연된 작품으로 꾸준히 무대에 올랐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원로라는 말 자체가 따분해. 난 지난해까지 경기 광주시에서 모노연극제를 열었어. 오태석은 극단 목화 작품을 매년 올리고 있고…. 연극엔 정년이 없어. 연극 정신만 살아 있다면 말이지….”(김정옥)
각각 100편 넘는 작품을 연출해 온 이들은 숱한 배우들을 길러냈다. 박정자 윤소정 김혜자 최불암, 고 김무생 등이 김정옥이 대표를 지낸 극단 ‘자유’를 거쳤다. 손병호 성지루 박희순 박영규 장영남 정은표 등은 오태석이 이끄는 극단 목화 출신이다.
김정옥 연출의 연극 ‘그 여자 억척 어멈’에서 1인 4역 모노 드라마 연기에 나선 배우 배해선.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좋은 연기는 연습량에 비례한다는 게 김정옥의 지론이었다. “1964년 ‘도둑들의 무도회’ 연습 기간엔 주인공인 김혜자와 함현진의 연기가 많이 부족했어. 다들 ‘쟤네 때문에 망했다’고 수군덕거렸지. 둘이 이를 악물고 연습하더라고. 막상 막이 오르니 선배들을 제치고 이 둘이 가장 연기를 잘했어.”
“연극 자체가 허구의 장르야. 아무것도 없지. 그 허구를 인정해야 해. 허구를 찾는데 무슨 돈을 바라. 돈보다는 연극에 대한 열정을 좇았으면 좋겠어.”(오태석) “작품을 올렸는데 관객이 들지 않는다면 연극을 올리는 의미가 없지. 늘 새로운 관객이 유입되도록 실험적인 공연 예술을 추구했으면 해.”(김정옥)
김정옥은 10월 프랑스에서 열릴 ‘꼭두’ 전시 준비에 한창이다. 또 경기 광주시에서 운영하고 있는 ‘얼굴 박물관’ 안에 ‘뮤지엄 씨어터’도 만들 계획이다. 오태석은 극단 목화를 통해 계속 공연을 올릴 예정이다.
“오태석은 연극이 허구라고 했지만 나는 세상사가 다 연극 같아. 특히 정치인들이 싸우는 것을 보면…. ‘나한테 연출을 받으면 더 세련되고 드라마틱하게 싸울 텐데’라는 생각도 들지. 하하.”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