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억 의약품 리베이트… 역대 최다 491명 적발
이런 황당한 일들은 경찰이 최근 제약사 임직원과 의사들이 불법 의약품 리베이트를 주고받은 비리를 무더기로 적발하면서 드러난 사례다. Y사의 리베이트는 단순히 뒷돈을 주고받는 데 그치지 않았다. 영업사원들은 ‘감성 영업’이라는 이름 아래 ‘빵 셔틀’, 의사 자녀 통학시켜 주기, 형광등 갈아 주기, 의사 가족 생일 선물까지 챙겨야 했다. 절대적인 ‘갑(甲)’인 의사들은 이런 혜택을 당연시했다. 경찰 관계자는 “제약사가 노예와 다름없는 영업 활동을 했다”고 혀를 내둘렀다.
서울 종암경찰서는 2010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유명 대학병원, 개인병원 등 1070곳의 의사와 병원 관계자들에게 45억 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한 Y제약사 임직원 161명과 이 업체로부터 300만 원 이상의 금품을 받은 의사 등 병원 관계자 330명을 약사법, 의료법 위반 혐의로 적발했다고 7일 밝혔다. 이 중 리베이트를 총괄한 제약사 임원 박모 씨(53)와 5년간 9450만 원을 챙기고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증거인멸을 시도한 개인병원장 임모 씨(50)는 구속됐다.
경찰은 이번에 적발된 의사 292명을 행정처분할 것을 보건복지부에 의뢰했다. 현행 의료법상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의사 자격이 정지된다.
정부는 2010년부터 리베이트를 준 사람뿐만 아니라 받는 사람까지 처벌하는 ‘리베이트 쌍벌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그 후에도 수사 당국에 적발되는 리베이트 사례는 끊이지 않고 있다. 제약업계에서는 제약사와 병원 간 ‘검은 거래’가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은 일부 중소 제약사들이 여전히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제네릭(복제약) 판매에만 몰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Y사 역시 지난해 매출 971억 원을 올린 중소 규모의 제약사다.
제약업계에서는 시장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형 제약사도 리베이트의 유혹을 뿌리치기가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작은 제약업체는 (리베이트가) 적발돼 죽으나, 약이 안 팔려서 죽으나 똑같기 때문에 리베이트를 주는 업체가 많다”며 “이 업체들 때문에 일부 큰 제약사도 당장 영업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리베이트를 주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김호경 기자 whalefisher@donga.com·김성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