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는 정말 불공평한 갑을관계일까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는 두 경우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부품을 납품하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 중소기업에 낮은 납품가격을 강요하는 대기업의 갑질이 문제가 됩니다. 두 번째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서로 경쟁하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 약자인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대기업의 시장 진입을 정책적으로 제한하곤 합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이나 골목상권 보호를 위한 대규모 유통업체의 영업 제한 등이 그런 예입니다.
첫 번째 예로 든 중소기업이 납품하는 부품의 가격을 대기업이 일방적으로 후려치는 경우를 생각해 봅시다. 이런 행동이 과연 대기업에 유리한 것일까요? 단기적으로는 그럴지 모릅니다. 하지만 거래는 서로 이익이 되어야 이루어집니다. 중소기업에 손해를 입히는 가격조건이라면 당장은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거래에 응한다고 하더라도 그런 거래가 지속되기는 어렵습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직접 경쟁하는 경우 약자인 중소기업을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 있게 들립니다. 특정 시장에 대기업의 진입을 차단하면 그 시장에서 생산, 판매하는 중소기업은 당장 이익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 중소기업은 경쟁력을 높일 유인이 사라져 대부분 성장하지 못하고 심지어 도태되곤 합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업종에서 규제의 대상에서 벗어난 외국기업들이 활개를 치고 있는 것은 어찌 보면 경쟁 제한으로 인한 당연한 결과입니다. 그리고 특정 기업의 시장 진입을 막는 것은 가격을 올리고 소비자의 선택의 폭을 제한하는 것이므로 소비자에게는 항상 손해를 가져옵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를 갑을관계로 간주해서 대기업을 규제하려는 정책은 누구에게도 이익을 가져다주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갉아먹고 소비자들의 부담만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경쟁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제거해서 경쟁을 촉진시키는 정책이야말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을 위한 가장 훌륭한 처방입니다.
송원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