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거액을 잘못 송금한 사람이 해당 은행에 잘못 보낸 돈을 돌려 달라고 소송을 냈다가 패소했습니다. 이는 얼핏 은행이 부당하게 이득을 취한 것처럼 보여 많은 사람이 이 판결에 의문을 표했습니다. 하지만 실제의 사실관계와 법리를 들여다보면 당초 생각했던 것과 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돈을 잘못 송금하는 경우 송금한 사람(송금인)과 송금받은 사람(수취인) 사이에는 부당이득반환관계가 성립됩니다. 민법 제741조는 “법률상 원인 없이 타인의 재산 또는 노무로 인하여 이익을 얻고 이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이익을 반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수취인이 반환하지 않으면 민사소송을 통해 그 반환을 구할 수 있습니다. 또한 둘 사이에는 신의칙상 보관관계가 성립하므로 수취인이 이를 마음대로 사용하면 형사적으로는 횡령죄가 성립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위 사건에서는 송금인과 수취인 사이에 이미 약속어음 공정증서 작성을 통해 잘못 송금된 돈에 대한 반환 약속이 이루어졌습니다. 약속어음 공정증서는 확정 판결과 마찬가지로 강제집행이 가능한 법적 권한을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송금인은 수취인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할 필요 없이 위 공정증서를 근거로 수취인의 재산을 강제 집행할 수 있습니다. 강제집행의 방법은 수취인의 재산이 부동산이나 동산이라면 강제경매절차를, 채권이라면 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아 집행하게 됩니다. 압류 및 추심명령은 삼각관계가 전제되는데 채무자가 제3채무자에 대해 갖는 채권을 압류하고, 채무자는 위 채권의 처분이 금지되며 제3채무자 역시 채무자에 대해 위 채권의 지급을 해서는 안 되고, 채권자는 압류된 채권을 스스로 추심할 수 있게 됩니다. 만일 제3채무자가 이 명령을 받고도 지급하지 않으면 채권자는 제3채무자를 상대로 추심금 청구의 소송을 제기하게 됩니다. 문제는 수취인은 잘못 송금된 돈임을 인정하고 송금인이 얼마든지 수취인의 재산을 강제집행할 수 있도록 허락했지만 그것은 오직 수취인에게 실질적인 재산이 있는 경우에 가능한 얘기라는 것입니다.
김미란 변호사 법무법인 산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