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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이슈로 뒤집기’ 쿠친스키 당선되면 남미 최고령 대통령

입력 | 2016-06-08 03:00:00

페루 대선 결선… 0.6%P 앞서… 88만여표 미개표… 승부 예측불허




친미 성향의 경제전문가와 독재자의 딸이 맞붙은 페루 대선에서 페루인들은 어두웠던 과거와의 결별을 선택했다. 5일 치러진 페루 대선 결선투표에서 페드로 파블로 쿠친스키 ‘변화를 위한 페루인 당’ 후보(77·사진)가 게이코 후지모리 민중권력당 후보(41)를 근소한 차로 꺾고 당선될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6일 개표가 98% 진행된 결과 쿠친스키가 50.3%의 득표율로 49.7%를 득표한 후지모리에게 앞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두 후보 간 득표율 차가 0.6%포인트에 불과한 초박빙 양상인 데다 아직 집계되지 않은 해외부재자 투표가 88만5000표(전체 유권자의 3.8%)나 남아 있어 막판에 뒤집힐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쿠친스키가 독재자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대통령(1990∼2000년 재임)의 딸인 후지모리를 꺾고 당선된다면 남미의 역대 대통령 가운데 최고령 당선자가 된다. 쿠친스키는 2011년 대선에서는 현 오얀타 우말라 대통령, 후지모리에 이어 3위에 그쳤지만 재도전 끝에 대권을 눈앞에 뒀다. 반면 인권 침해, 권력 남용, 부정 축재 등으로 수감 중인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딸인 후지모리는 “대통령이 돼서도 아버지를 사면하지 않겠다”고 공언했지만 아버지의 멍에를 벗어나기 힘들어 보인다.

쿠친스키는 병리학 교수인 폴란드계 유대인 아버지와 스위스계 프랑스인인 어머니를 둔 부유한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났다. 영국 옥스퍼드대 엑스터 칼리지에서 정치, 철학, 경제학을 공부했다. 1961년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공공사회 문제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세계은행에 입사했고 1967년 페루로 돌아와 중앙은행에서 근무하다 2년 뒤 다시 해외로 나가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IMF) 등에서 일했다.

관료 경험도 풍부하다. 에너지광업장관(1980∼1982년), 경제금융장관(2001∼2002년, 2004∼2005년)을 거쳐 알레한드로 톨레도 대통령 밑에서 총리(2005∼2006년)를 지냈다.

쿠친스키는 1차 선거에서 후지모리에게 뒤졌지만 막판에 경제를 살리기 위해 투자자에게 세제혜택 당근을 주고 취임 첫해 적자재정을 감수하면서 대규모 사회기반 시설 투자에 나설 것을 약속하면서 호응을 얻었다. 또한 후지모리가 속한 민중권력당의 호아킨 라미레스 사무총장이 돈세탁 혐의로 지난달 수사 대상에 오른 것도 쿠친스키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측근의 부패 혐의는 후지모리에게 직격탄이 됐다. 쿠친스키는 자연스레 후지모리가 당선되면 어두웠던 과거가 재연된다는 점을 강조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