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서정인터내셔날 장용서 대표
장용서 대표에게 골프장은 즐거운 놀이터이자 인격 수련장이다.
안영식 전문기자
“내 회사를 차린다고 하니 지인이 골프를 권했다. 자기 사업을 하면 스트레스가 엄청난데, 골프만 한 특효약이 없다고 했다. 실제로 그런 것 같다. ‘머리가 복잡하면 골프도 안 된다’는 사람이 대부분인데, 나는 필드에 있는 시간만큼은 딴생각이 안 난다.”
장용서 서정인터내셔날 대표(47)의 골프 이력에는 독특한 게 많다.
“예전에는 라운드 이후 레슨프로를 찾아가 잘 안 된 부분을 교정받았다. 그런데 순서를 바꿔 보니 시간도 절약되고 더 효과적이었다. 스트레칭은 기본이고 이미 서너 홀을 친 것처럼 몸과 마음이 준비된 상태로 라운드를 시작할 수 있어서 좋다. 첫 홀 첫 티샷도 긴장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그의 골프는 기복이 없다. 컨디션이 좋지 않아도, 동반자의 매너가 나빠도 평소보다 한두 타 더 치는 정도다. 여러 골프 모임의 평균 최저타상도 받았다. 진정한 고수다. 드라이버샷 평균 280야드를 치는 장타자인 그는 롱 아이언도 거침이 없다. 2013년 88CC 동코스 4번홀(파3) 등 두 번의 홀인원을 똑같이 4번 아이언으로 기록했는데 모두 200야드가 넘는 거리였다.
자신보다 나이 어린 레슨프로도 깍듯하게 ‘스승님’으로 부르는 그에게는 또 하나의 다짐이 있다. ‘영종도에 있는 골프장에서는 골프를 치지 않겠다.’ 그의 회사는 국제화물 운송을 주선하는 업체인데, 회사의 물류센터가 인천공항 자유무역지역에 있기 때문이란다.
“직원들은 땀 흘리면서 창고에서 물건을 나르고 있는데, 내가 그 옆에서 골프를 치는 건, 공적인 라운드라도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안 피우던 사람도 담배가 당겼을 사업 초기에 오히려 금연하다니…. 골프 잘 치는 사람은 집념이 강하고 단호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장 대표가 바로 그렇다.
이런 면모는 2009년 현대상선 초청 협력업체 골프대회 결과에서도 알 수 있다. 장 대표는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그때 우리 회사는 한 달에 컨테이너 수십 개를 취급하는 정도였는데 수천 개를 주선하는 어마어마한 업체 대표가 많았다. 회사 규모는 작았지만 골프만큼은 그들을 반드시 이기고 싶었다.”
그의 포부는 “다국적 기업 등과의 긴밀한 파트너십을 통해 회사를 아시아 무역 허브로 키워내겠다”는 것. 그가 생각하는 골프와 사업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장 대표의 골프에 대한 열정은 자기로 끝나지 않는다. 회사 운영하기도 바쁘지만 서울시골프협회 사무총장을 7년째 맡아 오고 있다. 골프 꿈나무 육성에 일조해온 것을 큰 보람으로 여긴다. 그는 다른 골프 모임의 총무도 여럿 맡고 있다. 귀찮고 힘든 일이다. 모두를 만족시켜야 하기에 잘해야 욕 안 먹는 일이지만 골프가 너무 좋아 즐겁게 해오고 있다.
이런 그의 모습에 매료된 ‘골프 벗들’로부터 장 대표는 감동적인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 2015년 잠시 현금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친구들이 ‘장용서 구하기’에 나섰다. 돈을 빌려 달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몇억 원씩 아무 조건 없이 빌려줬다.
“이전까지 골프가 내 사업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런 목적으로 골프를 친 적도 없다. 그런데 자칫하면 큰 곤경에 빠질 수도 있었던 회사를 골프가 살렸다. 만약 그분들이 사업상 만난 관계였다면 그런 거액을 선뜻 빌려줬을까. 사람들을 끈끈하게 맺어주는 그 무엇, 그게 바로 골프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골프는 내 인생의 동반자.’ 장용서 대표에게 참 잘 어울리는 말이다.
안영식 전문기자 ysa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