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섬마을 여교사 성폭행 사건의 파문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 성폭력 상담소 이미경 소장이 “말하지 못했던 분들이 피해 사실을 말하기 시작했다는 것 자체가 큰 변화이고 희망”이라며 “(이번 사건이) 인권과 교권을 침해한 죄로 강력하게 다스려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8일 PBC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윤재선입니다’에 출연해 이 같이 밝힌 뒤 이번 사건에서 피해자의 대응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성폭행 사건뿐 아니라 전국에 소리 없이 고통 받는 피해자가 많다고 전했다.
이 소장은 2010년 여성가족부가 성폭력 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인용해 “우리나라 성폭력 신고율은 10%정도”라고 밝혔다. 이 소장에 따르면 현재 연간 3만여 건 경찰 고소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 숫자가 전체 피해의 10%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는 “문제는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많은 피해 여성들이 ‘이걸 내가 이야기해봤자 나한테만 손해지’(라고 생각하며), 이것이 제대로 해결되지도 않고 사회적으로 2차적인 여러 가지 비난과 의심을 받는다는 불신이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소장은 이번 섬마을 성폭행 사건에서는 피해자가 정말 빠르게 잘 대응했다며 “대부분 성폭력은 70%이상이 아는 사람에게 피해를 입는다. (때문에) 이 관계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 혼란, 이런 것 때문에 바로 신고를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사회적으로 피해자를 비난하고 의심하는 통념이 많기 때문에 고소하기가 어렵다”며 “그렇지만 이렇게 이번 선생님처럼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은 굉장히 고무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2000년대 후반 조두순, 김길태 사건 등 아동 성폭력 사건이 일어난 이후부터 “전자 발찌나 화학적 거세 이러한 아주 강력한 부가처벌도 생기고, 가중처벌도 되고 있다”면서 문제는 다른데 있다고 지적했다.
이 소장은 “처벌을 아무리 강화를 해도 처벌의 확실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불기소 되는 건도 아직 50%가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성폭력 피해 특성상 대부분 둘만 있었던 공간에서 일어났던 것이고, 이번에 선생님처럼 바로 병원을 가시는 분이 많지 않다. 이렇게 되면 피해자의 증언밖에 없는 것”이라며 “그래서 실제 피해는 존재하지만 피해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례가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번 사건은 분명히 처벌이 될 것이 확실하고 다른 사건들도 사실 처벌받는 사회가 되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이 소장은 “저는 일단 이렇게 말하지 못했던 분들이 피해 사실을 말하기 시작했다는 것 자체가 큰 변화이고 희망”이라고 거듭 강조하며 “이런 용기를 내준 사람들에게 (피의자는) 반드시 처벌을 받고 피해자는 권리를 존중 받는다는 상식이 통한다는 것을 보여 줘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소장은 이와 관련해서도 이번 기회에 과거 미제 사건의 용의자가 밝혀진 것이라며 “성폭력 피해에 대한 수사도 제대로 되어야 할 것이고, 무엇보다도 재범방지를 위해 여러 가지 조치가 취해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황지혜 동아닷컴 기자 hwangj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