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조선업계에 대해 ‘합병’보다 ‘각자도생’ 카드를 선택했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빅 3’는 올해부터 3년간 수주량이 최근 6년간 평균치 대비 50~85%로 줄어든다는 전제 하에 자산 매각, 생산 능력 감축 등 자구안을 통해 총 10조3000억 원을 마련해 자생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정부가 시장의 판을 바꾸기보다는 각 기업들에 칼자루를 맡긴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중공업은 △하이투자증권 등 금융 3사 매각 △지게차, 태양광, 로봇사업 분사 뒤 지분 매각 △도크 순차적 가동 중단 등을 통해 3조5028억 원을 확보하기로 했다. 비상시엔 현대오일뱅크 상장, 비조선부문 정리 등을 통해 3조6000억 원을 추가 마련한다. 현대중공업이 최근 진행한 희망퇴직에는 사무직 약 1500명, 생산직 약 500명 등 총 2000여명이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중공업은 거제호텔과 판교연구개발(R&D)센터, 유가증권 등 매각, 인력 감축, 급여 반납 등을 통해 1조4551억 원을 조달하기로 했다. 다음달 경영진단 결과에 따라 유상증자도 진행할 계획이다. 삼성중공업 주주사인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전기 등 삼성그룹 계열사의 참여 여부도 주목된다.
그러나 조선업계 노동조합이 구조조정에 반대하고 있어 자구안이 계획대로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17일 대의원대회를 열어 쟁의행위를 결의한 뒤 그 다음주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 신청을 할 계획이다. 현대중공업 노조 관계자는 “부실 경영의 책임자 처벌 없이 처벌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13, 14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한다. 노조는 8일 “기업 정상화보다는 채권 회수에만 집중하고 구성원의 고통만 강요하고 있다”며 “총력투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날 조선업체 8곳 노조와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로 구성된 조선업종노조연대는 청와대, 금융위원회, KDB산업은행 등을 돌며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상경투쟁을 벌였다.
중소조선소는 기존 자구안을 자체적으로 진행한다. 성동조선해양은 스트레스테스트(재무안전성 평가) 결과 2개 야드 매각, 인력 감축 등을 통해 3248억 원을 조달하는 자구계획을 이행하면 2019년까지는 자금 부족이 없을 것으로 전망됐다.
강유현기자 yh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