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폐막한 8차 미중 전략경제대화에서 미국과 중국은 중국발 공급 과잉 상태인 철강 생산을 줄이고 자국 화폐의 평가절하에 나서지 않기로 전격 합의했다. 미국이 중국산 철강 제품에 대해 고율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 철강업체 담합행위에 대한 조사에 들어가자 중국이 반발하며 세계무역기구(WTO) 맞제소를 검토하는 등 G2(미국 중국)간 격화됐던 철강 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것이다.
철강 감산 합의와 위안화 평가절하 자제는 중국과 수출 경쟁을 벌이고 있는 한국 산업계에는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하지만 중국이 실제 철강 생산량을 줄이기까지 적지 않은 시일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은 한국이 넘어야할 과제다.
●실제 감산까지는 상당한 시일 걸릴 수도
박종국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구조조정을 해온 포스코는 중국의 감산이 현실화되면 이익 증가가 눈에 띄게 나타날 수 있다”며 “지금까지 철강 가격이 바닥이어서 구조조정 효과가 거의 나타나지 않았는데 공급과잉이 진정되면 그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이 큰 틀에서 감산에 합의했을 뿐 세부 감산 계획 등을 구체적으로 밝힌 것은 아니다. 감산에 시일이 걸린다면 현재의 공급과잉 문제가 바로 해소되는 것이 아니어서 한국 철강업체들은 선제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체질을 개선하고 경쟁력을 높이는 수밖에 없다다. 박진우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중국이 철강 생산량을 줄이려면 지방정부 차원에서 시행 계획을 추진해야 한다”며 “감산은 결국 일자리와 연계된 부분이라 어느 수준까지 시행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엔 중국을 향했던 ‘통상 전쟁’의 칼끝이 미국의 무역적자 상황에 따라 한국으로도 언제든지 향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된다. 실제로 미국 상무부는 지난달 중국산 냉연강판에 사상 최대인 522% 관세를 부과하면서 포스코·현대제철·동국제강·동부제철 등 한국 업체에도 최대 48%의 관세 부과를 결정했다. 심상형 포스코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최근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은 자국의 철강업 보호를 위해 보호무역조치를 강화하는 추세”라며 “일단 피소 당하면 손실이 크므로 철강업계가 피해를 입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위안화 평가 절하 자제는 수출 기업에 호재
한편 중국이 대표적 공급과잉 업종인 철강을 중점적으로 구조조정 하겠다고 밝히자 최근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는 석유화학업계는 향후 중국의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7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도 중국의 공급과잉이 철강과 석탄, 알루미늄에 이어 정유업계로 번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석유화학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석유화학제품 수출액은 2013년(484억 달러)에 정점을 찍고 2014년 482억 달러, 지난해 378억 달러로 감소 추세다.
박성진 기자psjin@donga.com
신수정기자 cryst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