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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생들이 교육감을 찾아간 까닭은…

입력 | 2016-06-09 03:00:00

“화재때 소방차 출동 늦어 불안”
유봉여고 학생들, 강원교육감 방문… 긴급 재난 진입로 개설 부탁




8일 오전 8시 10분경 강원 춘천시 유봉여중고 진입로가 주정차 차량과 학부모들의 등교 차량 등으로 큰 혼잡을 빚고 있다. 대형 차량이 학교에 진입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지만 주정차 차량으로 통행이 쉽지 않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7일 오후 강원 춘천시 유봉여고 학생들이 민병희 강원도 교육감을 찾아갔다. 이들은 유봉여고 학생회 임원들로 민 교육감에게 학교의 긴급 재난 진입로 개설을 부탁하고 학생 978명의 서명부와 호소문을 전달했다.

학생들이 도교육청을 찾아 온 이유는 4월 유봉여고와 한 울타리 안에 있는 유봉여중 본관 가사실습실에서 발생한 화재 때문. 불길이 크지 않아 학생 14명이 유독가스를 흡입하는 가벼운 부상만 당했지만 학생 모두에게 화재에 대한 큰 불안감을 남겼다.

유봉여중·고 진입로는 3곳이지만 소방서에서 가까운 2곳은 보행 전용로와 승용차 통행만 가능한 골목길이어서 사실상 도청 앞으로 우회해 들어오는 길만 소방차 진입이 가능하다. 화재 당시에도 소방차가 도청∼도지사 관사∼학교 구간으로 우회해 진입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 길도 폭이 2차로 정도에 불과한 데다 항상 주정차 차량들이 길 한쪽을 막아 대형 차량 통행에 애를 먹는 곳이다. 특히 등하교 시간대에는 자녀들을 데려다주기 위한 학부모 차량들로 큰 혼잡이 반복되고 있다. 이 구간은 ‘주정차 금지 구간’이 아니어서 주정차 단속도 할 수 없다.

이 때문에 학생들은 화재나 응급 환자 발생 시 신속하게 소방차나 구급차가 출동할 수 없다며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이날 학생들은 호소문을 통해 “4월 화재는 위험 속에서 우리의 안전이 지켜질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남겼다”며 “긴급 진입로 확보는 다음에 있을지 모를 더 큰 화재 진압을 위한 최선의 예방책”이라고 밝혔다.

김윤정 학생회장은 “소방차가 폭이 좁은 진입로를 피해 먼 곳으로 우회하는 동안 불길이 유독가스를 내뿜었고 유독가스를 마신 학생들은 공포에 휩싸였다”며 “교통 혼잡, 토지 매매가 하락 등의 명목으로 학생들의 안전이 무시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 교육감은 “학생들이 불안을 느끼고 있다니 미안하다”며 “안타까운 화재 상황을 듣고 대안을 고민 중이었으며 춘천시에 학생들의 의견을 전달하고 협조를 요청하겠다”고 답했다.

학교 측은 2014년부터 인접한 춘천시의회와 학교를 연결하는 도로 확장을 춘천시에 수차례 건의했다. 보행만 가능한 시의회와의 연결 도로를 확장해 비상시에라도 대형 차량 진입이 가능하게 해 달라는 것. 그러나 시 입장에서는 2018년 시의회가 이전하면 그 터를 매각해야 하는 데다 도시계획 변경 절차 등이 있어 단기간에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도로 확장 시 ‘주변 도로 혼잡’, ‘시의회 의정 활동 방해’, ‘지가 하락’ 문제도 우려된다.

이종헌 유봉여고 교감은 “긴급 재난 진입로가 확보되지 않아 응급 상황 시 골든타임을 놓칠 우려가 크다”며 “학생과 교직원 등 1700여 명이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관계 기관이 적극 도와 달라”고 당부했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