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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형모의 아이러브 스테이지] ‘화려한 바로크’…콩쿠르 여왕, 반전의 선율

입력 | 2016-06-09 05:45:00

출전 콩쿠르 100% 입상이라는 진기록을 보유한 바이올리니스트 김다미가 3년 5개월 만에 정식 리사이틀로 클래식 팬들과 만나고 있다. 고민 끝에 정한 타이틀은 ‘바로크&판타지’이다. 사진제공|[Music Friends]Jun-Yong Lee


■ 바이올리니스트 김다미

3년 반만의 공식리사이틀 ‘바로크&판타지’
‘정형화 바로크’ 깨고 화려한 바로크 재해석
콩쿠르 입상 여왕? 이제는 부담없이 연주


바이올리니스트 김다미(28). 차 다(茶)에 아름다울 미(美)를 쓴다. 대전에서 피아노학원을 운영하던 어머니가 지어준 이름이다. 사실은 김다미가 태어나기 전부터 피아노학원 이름이 ‘다미’였다.

김다미의 바이올린 소리에서는 향긋한 다향이 우러날 것 같다. 하지만 유튜브에서 김다미가 서울바로크합주단(현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과 협연한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 영상을 보고는 마음을 싹 고쳐먹었다. 소리가 참 묘하다. 뭐랄까, 여성적이라기보다는 미소년의 느낌이랄지. 다향이 아니라 피처럼 붉은 와인향이 났다. 그리고 보일 듯 말 듯 살짝 살짝 내비치는 어두움.

김다미는 “내 소리가 어두운 편이다”라고 시인했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바이올린은 올해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으로부터 지원받은 1740년산 도미니쿠스 몬타냐나이다. 명기들은 개성이 강하다. 몬타냐나는 원래 굉장히 밝은 소리를 가진 악기이다. 김다미는 “곧 어둠을 맛보게 해줄 것”이라며 웃었다.

김다미는 요즘 ‘바로크&판타지’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전국 순회공연 중이다. 지난 6월 3일에는 광주 유스퀘어문화관 금호아트홀에서 공연했고 9일에는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무대에 오른다. 25일에는 제주돌문화공원 오백장군갤러리 소극장에서 연주회를 연다.

3년 5개월 만의 정식 리사이틀 무대이다. 김다미는 “어떤 연주회를 마련할까 고민을 굉장히 많이 했다”고 했다. 콩쿠르 출신답게 화려한 테크닉을 앞세운 곡들로 연주회를 열어볼까도 생각했다. 1부는 파가니니, 2부는 비에냐프스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결국 바로크와 판타지라고 하는 꽤 이질적인 프로그램이 완성됐다.

“바로크라고 하면 뭔가 정형화된 음악이라는 선입견이 있는 것 같다. 그 선입견을 깨고 바로크의 화려한 면을 관객에게 소개하고 싶었다.”

● 김다미가 밝히는 ‘콩쿠르 여왕’이 된 비결

김다미는 굉장히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일단 콩쿠르에서의 성적이 찬란하다. 2010년 파가니니국제콩쿠르에서 1위없는 2위 및 파가니니 카프리스 특별상 수상, 2011년 일본 나고야 무네츠구 국제콩쿠르 우승, 2012년 벨기에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입상, 같은 해 독일 하노버 요아힘국제콩쿠르 우승. 그런데 더 재미있는 기록이 있다. 이밖에도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콩쿠르 우승, 미국 요한슨 국제콩쿠르 2위, 센다이 국제콩쿠르와 마이클 힐 국제콩쿠르 입상 등 출전한 모든 콩쿠르에서 파이널 진출 및 입상을 한 것이다. 야구로 치면 단 한 번도 타율이 3할 이하로 내려가 본 적이 없는 타자나 마찬가지이다.

‘콩쿠르의 여왕’이 될 수 있었던 비결은 어떤 것이었을까. 김다미는 “선생님 덕”이라고 했다. 14세에 입학한 커티스음악원의 노스승 아론 로잔드(90)는 김다미에게 “콩쿠르에 나갈 생각은 하지도 말라”고 엄명을 내렸다. 다른 학생들은 잘도 콩쿠르에 내보내면서 유독 김다미만 금지됐다. 김다미는 “이유를 모르겠다. 결국 선생님의 의중을 모른 채로 졸업했다”며 웃었다.

콩쿠르에 나가기 위해서는 특정 곡만 죽어라고 파야 한다. 콩쿠르가 금지된 김다미에게는 대신 매주 엄청난 숙제가 주어졌다. 협주곡 숙제를 받으면 다음 주에 악보를 다 읽어 가야 했고, 그 다음 주는 1악장을 암보로 연주해야 했다. 마지막 3주째는 2악장과 3악장도 암보로 연주. 이렇게 해서 3주 만에 협주곡 하나씩을 뗐다. 김다미는 “학창시절에 늘려놓은 레퍼토리를 지금에 와서 잘 써 먹고 있다”고 했다.

대학교 2학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김다미에게도 “콩쿠르에 나가도 좋다”는 허락이 떨어졌다. 젊은 연주자들이 콩쿠르에 나가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물론 입상이 목표지만 콩쿠르에 나간다는 것 자체로 경험과 인맥을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다미의 스승 미리암 프리드 교수는 단호했다. “입상하지 않고 경험이나 쌓을 거면 콩쿠르에 나가지 마라”. 2014 브라질월드컵 때 이영표 해설위원의 “월드컵은 경험하는 자리가 아니라 증명하는 자리”라는 말과 참 비슷하다. 여하튼 김다미는 입상을 하기 위해 콩쿠르에 나갔고, 출전한 모든 콩쿠르에서 입상을 했다.

“콩쿠르 시절에는 (정확한 연주를 위해) ‘음정, 음정’하고 살 정도로 음정에 대한 압박이 많았다. 콩쿠르를 끝낸 지금은 족쇄에서 어느 정도 벗어났다고 할까.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고 싶다. 음악적 이론에 맞든 안 맞든, 아이디어가 적합하든 아니든 일단은 부담없이 하고보자라는 식이다. 이번 연주회도 부담을 덜어냈다. 기대하셔도 좋다.”

인터뷰를 마친 김다미는 악기가방을 등에 턱 메고는 “수리 맡긴 바이올린 찾으러 가야한다”며 씩씩하게 사라졌다. 참 털털한 미소년 같은 여인이다. 악기처럼 사람도 자신의 음악을 닮아가는 모양이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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