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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플러스] 박경수, 캡틴의 이름으로 스리런

입력 | 2016-06-09 05:45:00

캡틴이 흔들리던 kt를 구했다. 8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두산전에서 4번타자를 맡은 박경수가 1-0으로 앞선 3회초 3점홈런을 날린 뒤 타구를 쳐다보고 있다. 이날 하루 4타점을 쓸어 담으며 팀의 5-4 승리를 이끌었다. 수원|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유한준·김상현 등 부상에 kt 4번 중책
두산전 4타점 폭발…팀 꼴찌추락 막아

페넌트레이스의 가장 무서운 적인 부상 앞에서는 강팀도 없고 명장도 없다. kt는 8일 수원 두산전을 클린업트리오도 모자라 시즌 초 3∼4∼5∼6번 타자 없이 경기를 시작했다. 상대는 7할 이상 승률로 1위를 질주하고 있는 두산. 선발 투수는 6승 무패의 유희관이었다.

kt는 김상현 등 중심타선이 크고 작은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된 상태다. 외국인 타자 앤디 마르테는 이날 경미한 허리 통증으로 선발 출장 라인업에서 빠졌다.

그러나 ‘임시 4번타자’를 맡은 주장 박경수(32)의 표정은 어둡지 않았다. 열심히 배트를 휘둘렀고, 소리도 지르며 팀 훈련 분위기를 밝게 하려고 애썼다.

이날 경기는 kt에 매우 중요한 일전이었다. 시즌 초 중위권까지 치고 올라갔지만 연이은 주축 투수, 타자들의 부상 속에 하위권으로 떨어졌다. 여전히 5위와 승차는 3∼4게임이었지만 10위 한화가 단 1경기차로 추격해 온 상태였다. 이날 한화가 이기고 kt가 패하면 잊고 싶었던 숫자 10위로 떨어지는 상황이었다.

kt 선발 주권이 막강 두산 타선을 1∼3회 무실점으로 막아내자 3회말 찬스가 왔다. 2사 이후 이대형의 내야 안타에 이은 박기혁∼오정복의 연속 안타로 선취점을 올린 뒤 이어진 2사 1·3루. 유희관은 볼카운트 3B-1S에서 바깥쪽으로 살짝 걸치는 시속 121km 체인지업을 던졌다. 제구의 달인으로 불리는 유희관이지만 공은 가운데로 몰렸고 박경수는 놓치지 않았다. 그대로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비거리 125m의 큼지막한 3점 홈런이 됐다.

박경수는 5회말 1사 2·3루에서 다시 1타점 희생플라이를 때리며 4번째 타점을 올렸다. kt는 박경수의 활약 속에 5-4, 1점차로 두산에 값진 승리를 거뒀다. 최하위 추락을 막고 중위권 도약의 희망을 이어간 승리였다. 팀이 올린 5점 중 4점이 박경수의 방망이에서 나왔다.

지난해 프리에이전트(FA)로 kt 유니폼을 입은 박경수는 놀라운 변신 속에 22개의 홈런을 때리며 새로운 타자로 다시 태어났다. 그라운드에서 역할 뿐 아니라 젊은 선수들을 하나로 이끄는 리더십을 선보여 올해 팀의 새로운 주장이 됐다. 이날 홈런은 캡틴으로 승리를 이끈 의미있는 한방이었다.

박경수는 “1회말 병살을 쳤다. 전혀 4번 타자답지 않은 스윙이었다. 3회 찬스가 와서 더 집중했고 유희관 선수의 직구 보다는 체인지업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었다. 노렸던 공을 때려 홈런으로 연결돼 기쁘다”며 “난 최단신 4번 타자다. 사실 내가 4번에 들어간다는 것은 우리 팀이 얼마나 좋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 유한준, 김상현, 이진영 선수가 빨리 돌아왔으면 좋겠다. 그 때까지 젊은 선수들, 베테랑들 모두 열심히 힘을 모으겠다. 모두 최선을 다해주고 있어서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수원 |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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