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의 대명사로 불리는 애플은 ‘다르게 생각하라(Think different)’라는 광고 문구로도 유명하다. 1997년 애플이 이 문구를 기치로 내세운 이후 걸어온 길을 보면, 스티브 잡스가 생각하는 다르게 생각하기의 핵심은 ‘단순하게 생각하라’가 아닌가 싶다. 실제 애플이 아이팟을 들고 나오기 전까지 MP3플레이어는 버튼이 여러 개 달린 복잡한 물건이었다. 아이팟은 ‘복잡한 것은 복잡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선입견을 깼다. 핵심만 남긴 단순한 디자인과 직관적이고 쉬운 사용법은 MP3플레이어 시장의 판도를 바꿨다. 이후 애플은 아이폰을 출시하며 다시 한번 휴대전화 시장에 혁명을 일으켰다.
신간 ‘심플, 결정의 조건’은 단순한 규칙의 강점을 설명한다. 책의 저자인 도널드 설 MIT 슬론 경영대학원 교수와 캐슬린 M 아이젠하트 스탠퍼드대 교수는 인터넷 발달로 시장이 다양하고 복잡해진 1990년대 후반부터 어떤 조직이 성공했는지를 연구했다. 그 결과 저자들은 가장 큰 성공을 거둔 회사들의 경우 복잡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단순한 규칙(simple rules)’에 따라 대응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단순한 규칙은 체계를 최소화하면서 재량을 행사할 여지를 충분히 남기기 때문에 좋은 효과를 낸다. 반면 ‘복잡한 규칙’은 모든 사태를 예측하려 하고 각 상황에서 무엇을 어떻게 할지 지시하므로 사람을 로봇처럼 만든다.
저자들은 단순한 규칙을 활용해 성공한 다양한 기업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그중 VOD 업계 최강자에서 종합 미디어회사로 발돋움한 넷플릭스가 대표적이다. 넷플릭스는 ‘기존 TV 업계의 드라마 제작 규칙을 깬다’는 단순한 규칙을 전략으로 삼았다. 이를 위해 드라마 제작에 전례가 없던 채용 규칙을 도입했다. 즉, 유명 영화감독 데이비드 핀처를 드라마 감독으로 고용했고 아카데미 2회 수상 경력의 영화배우 케빈 스페이시와 스타 각본가도 영입했다. 이어 기존 TV 업계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의 재량권을 감독에게 허용했다.
장재웅 기자 jwoong0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