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규상 5단 ● 김기백 5단 결승전 14 보(180∼190)
형세는 미세하지만 흑이 조금이라도 두텁다. 백은 이 벽을 넘어야 한다. 평범한 끝내기로는 그 벽을 넘기에 벅차다. 그렇다면 뭔가 평범하지 않은 수, 흑의 실착을 유도할 수 있는 수를 둬야 하는데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백 80, 82는 그런 고민의 산물이다. 마지막 40초 초읽기에 몰린 상황에서 퍼즐을 풀기 위해 시간 연장책으로 쓴 것. 좋은 팻감을 없애는 것이 아깝지만 지금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꺼야 한다.
하지만 당장 뾰족한 수를 발견하지 못한 백은 84로 선수 끝내기를 한 뒤 86으로 손을 돌린다. 여기가 반상 최대의 곳이긴 하다. 백의 결론은 어쨌든 이곳을 빼앗기면 따라잡을 수 없다고 본 것이다.
백 88 때도 참고도 흑 1처럼 비마 끝내기가 성립할 것 같지만 지금은 곤란하다. 백 4가 선수가 되면 백 6이 성립해 흑 대마가 끊긴다. 백 12까지 허무하게 느껴질 정도로 흑 대마가 쉽게 죽는다.
따라서 흑 89로 보강하는 게 정수. 백 90으로 막아 비마 끝내기를 방비한다. 물 흐르듯 끝내기가 이어지고 있는데 아직 서로 간에 암중모색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