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흑인보다도 참정권을 늦게 부여받았으니 클린턴이 대선 후보가 된 것은 기념비적 사건이다. 미국 국부로 추앙받는 토머스 제퍼슨 3대 대통령이 “숙녀분들이 정치로 이마에 주름살을 지게 해서는 안 된다. 그들은 정치투쟁으로 골머리를 앓는 남편들의 마음을 달래는 데 만족해야 한다”고 말했던 것이 불과 200년 전. 미국에서도 유리천장은 강고했다.
▷클린턴은 미국 대통령이 될 만한 여성으로 자신의 어머니를 꼽은 적이 있다. 도로시 로댐이 태어난 1919년 6월 4일은 여성에게 참정권을 부여한 수정헌법이 통과된 날이다. 부모의 이혼으로 여덟 살 로댐은 세 살 여동생의 손을 잡고 시카고에서 캘리포니아의 할머니 집까지 사흘간 기차여행을 한 독립적인 여성이었다. 클린턴은 경선 승리를 확정하는 연설에서 또다시 어머니를 언급했다. “어머니는 약자를 괴롭히는 사람한테 절대로 물러서지 말라고 가르쳤는데, 그것은 꽤 옳은 조언이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를 악당으로 묘사하며 어머니 가르침대로 그에게 맞서겠다는 투지를 보인 것이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