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서 美대선 출정식
“나는 여러분의 챔피언이 되겠다. 그리고 미국의 챔피언이 되겠다.”
7일 미국 공화당 경선을 끝낸 도널드 트럼프(70)는 승리 연설의 주제어를 ‘챔피언’으로 택했다. 배경 음악도 영국 록그룹 퀸의 ‘위 아 더 챔피언’이었다. 트럼프는 뉴욕 북부 트럼프내셔널골프클럽 웨스트체스터에서 행한 이날 연설에서 “역사의 한 장을 닫고 새로운 장을 시작했다”며 “우리는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다. 앞으로 더 아름다운 일들을 보게 될 것”이라며 본선 승리를 자신했다.
즉흥 연설과 막말을 즐겨 했던 트럼프지만 이날은 자제하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CNN은 보도했다. 그는 연단 좌우에 텔레프롬프터(원고표시 장치)를 설치하고 준비된 원고를 읽어 내려갔다. “내 역할이 갖는 책임을 알고 있다”고도 했다.
트럼프는 “사람들은 나를 싸움꾼이라고 하지만 실은 평화를 선호한다”면서도 “싸워야 할 대상이 있다면 피하지 않을 것이며 나도, 미국도 절대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당장 당내 분란부터 잠재워야 할 처지다. 트럼프가 지난달 말 ‘트럼프대학’ 사기 사건을 맡고 있는 곤살로 쿠리엘 샌디에이고 연방지법 판사에 대해 “멕시코계라서 재판을 (내게) 불리하게 이끌고 있다”고 말해 인종차별적 발언 논란이 확산됐다. 급기야 당 주류까지 들고일어났다. 트럼프 지지를 선언했던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7일 “(트럼프 발언은) 인종차별주의여서 완전히 거부한다”며 “방어할 수 없는 것을 방어하지는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마크 커크 상원의원(일리노이)은 “그의 발언은 미국의 가치에 반(反)한다”며 지지를 철회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8일 트럼프가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사과한 것은 갈수록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히스패닉 유권자 층을 의식했기 때문이라며 히스패닉계 표심이 대선 승리를 가르는 중요 변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2012년 대선 당시 2330만 명이었던 히스패닉 유권자는 올 대선에서 400만 명 늘어난 2730만 명으로 전체 유권자의 12%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 전문가인 크리스 잭슨은 “트럼프가 히스패닉에 편견이 있다고 비칠수록 공화당은 대선 승리에서 멀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트럼프는 이날 연설을 몇 시간 앞두고 발표한 성명에서 “내 발언이 멕시코계에 대한 공격으로 오해돼 유감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더 거론하지 않겠다”며 몸을 낮췄다.